등장인물 모두 각자의 이야기가 도태됨 없이 주제의식을 잘 드러내고 있다. 비혼을 선택한 1인칭 서술자 라우라, 라우라와 정반대의 성향으로 결혼을 당연시하는 라우라의 엄마, 라우라의 절친으로 결혼과 출산을 선택한 알리나,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남편과 이혼하고 홀로 아들을 힘들게 키우는 라우라의 이웃 여성. 자주 고함을 지르는 그 여성의 아들 때문에 조금 불편해 하면서도 나중에는 그 이웃을 적극적으로 도와주기 시작하면서 이웃도 어쩌면 하나의 가족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아이를 낳고 키운다는 일, 그러한 모성이 무엇일지 궁금해 하던 라우라가 조금이라도 모성이란 점을 이웃을 도움으로써 이해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이 두 가지 있다. 첫째로, 비혼주의자인 주인공 라우라의 엄마는 딸과 정반대의 생각을 지니고 있는데, 어느 순간 그 관점을 바꾸게 된다. 그것이 페미니즘 단체에 가입하게 되면서 바뀌게 되었는데, 사실 주인공 라우라와 대화하는 장면만 해도 결혼에 대한 신념이 매우 짙었다. 그러나 어떻게 그 단체를 알게 되고 가입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아니, 그런 과정이야 소설에서 굳이 크게 다룰 필요는 없을 것 같다만, 그래서 어떻게 그 관점을 바꾸게 되었는지에 대한 과정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아 조금 아쉬웠다. 단순히 '너의 생각을 이해하게 되었어." 라는 서술 한 마디로는 갸우뚱하게 된다.
또한 서술의 시점이 조금 혼란스럽다. '나'가 주인공인데 친구인 '알리나'의 이야기가 나올 때는 '나'가 알리나의 이야기를 하는 건지 알리나가 그냥 3인칭 시점으로 제 이야기를 하는 건지 혼란스러웠다. 그렇게 할 거면 차라리 라우라도 1인칭 시점으로 서술할 것이 아니라 3인칭 시점으로 서술해서 각각의 이야기로 전개하면 어떨까 싶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시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