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파랑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 네가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
- 파트릭 모디아노
- 13,500원 (10%↓
750) - 2016-03-17
: 934
N25078
나는 고전을 좋아해서 알라딘 우주점에 가면 민음사, 문학동네, 열린책들 세계문학 코너를 먼저 구경한다. 그러다보면 수량이 많은 작품이 눈에 띄는데, 그중 대표적인 작품이 파트릭 모디아노의 <어두운 상점의 거리>다. 우주점 어딜 가든 항상 네권 이상은 있던거 같은데,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산거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소장하고 싶은 작품은 아니어서 판건가 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직까지 구매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파트릭 모디아노라는 작가에 대해 관심도 없었다.
그러다 북플에서 <네가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라는 작품이 괜찮다는 리뷰를 읽었고, 이후 우연히 간 동네 서점에 이 책이 있길래 구매를 해서 읽었는데, 딱 내 스타일이었다. 책을 읽는동안, 그리고 읽고 난 후에도 안개속에 있는 기분이었다.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 기억하고 싶지 않는 기억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읽다보면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구분하기 힘들었다. 기억은 완벽하게 진실하지 못하다.
이 책의 주인공은 노년의 소설가인 장 다라간이다. 그는 은둔하면서 사람 만나는걸 싫어하는 사람인데, 어느날 자신이 잃어버린 연락처가 기록된 수첩을 돌려주겠다는 의문의 전화를 받는다. 그리고 그 수첩을 돌려받기 위해 두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잊고 살았던, 아니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과거 어린시절의 나를 찾아가게 된다.
장의 어린시절은 기억과 망각으로 가득차 있다. 어린시절 부모에게 버림받았던 것으로 보이는 장은, 낯선 사람에게 보호를 받게 되고, 그중 장의 기억에 강렬히 남아있던 사람은 아니 아스트랑이라는 여자였다. 장의 기억으로는, 장은 아니 아스트랑과 함께 프랑스 파리에서 이탈리아 로마로 함께 떠나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아니 아스트랑은 장을 남겨두고 혼자 사라진다. 이유를 알 수 없었던 장은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녀가 어떤 범죄와 연관되어 감옥에 갔다는 사실을 눈치챈다.
그럼에도 장은 자신을 버리고 간 그녀를 받아들일 수 없었고, 그녀를 찾기 위해 자신과 그녀만 아는 이야기를 자신의 작품속에 써놓는다. 그리고 십오년 후에 그녀를 다시 만난다. 장은 그녀에게 진실을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럴수 없었고, 장은 그녀와의 추억을 그녀에게 이야기 하지만 그녀는 망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단지 옛일은 생각 안하고 산다고 말할 뿐이었다. 이후 장은 파리 근교를 다니면서 그녀와의 기억을 찾아나선다. 상대방은 전혀 생각조차 하지 않는 기억에 중요한 의미라도 있는것처럼.
[퐁텐가를 다 내려가면 밤이 걷히고 날이 밝아오며 7월의 태양이 다시 떠오를 것이다. 아니는 쪽지에 주소만 덜렁 쓴 것이 아니라 이런 말도 덧붙어 썼다. 네가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 그 큼직한 글씨는 구식 필체여서 생뢰라포레의 학교에서는 이미 쓰지 않는 것이었다.] P.152
<네가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의 이야기는 명확하지 않다. 뭐 하나 확실한건 없고 흐린 기억 속에서 방황할 뿐이다. 이야기도 순서없어 현재와 과거를 왔다갔다 하면서 혼란스럽기만 하다. 어쩌면 작가는 이런 기억의 특성에 대해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는 잊을수 없지만 누군가에겐 잊혀진 기억, 누군가에게는 진실이지만 누군가에겐 거짓인 기억.
기억은 불확실하다. 어쩌면 망각이 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망각속에서는 정체성을 찾을 수는 없다. 그래서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 기억해야 한다. 그게 괴로운 일이더라도 말이다.
PC버전에서 작성한 글은 PC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