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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서재
  • 미래 산책 연습
  • 박솔뫼
  • 12,150원 (10%670)
  • 2021-04-12
  • : 1,798
N25077

˝어째서 자신이 지금 어떻다는 것을 단지 이야기하는 것 만으로 두통이 가라앉고 마음이 차분해지고 무언가를 시작할 의욕이 생기는지 늘 조금은 놀라웠고 조금은 안도하게 되었다.˝


나는 현재에만 집중해서 살아서 그런지 미래를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미래라는 걸 현재의 다음일 뿐이라고 단정하고 미래를 추상적인걸로 여겼었다. 하지만 <미래 산책 연습>을 읽고 나서 미래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됐다.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들 와야 할 것들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지금에서 그것을 지치지 않고 찾아내는 사람들은 이미 미래를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시간을 끊임없이 바라보고 와야 할 것들에 몰두하고 사람들의 얼굴에서 무언가를 찾아내고자 하는 이들은 와야 할 것이라 믿는 것들을 이미 연습을 통해 살고 있을 것이라고, 어떤 시간들은 뭉처지고 합해지고 늘어나고 누워 있고 미래는 꼭 다음에 일어날 것이 아니고 과거는 꼭 지난 시간은 아니에요.] P.91



이번에 박솔뫼 작가님의 책을 처음 읽어봤다. 김연수, 한강, 최진영 작가 전작 후 전작할만한 한국작가를 찾다가 선택한게 박솔뫼 작가님이다. 일단 평이 가장 좋아서 <미래 산책 연습>을 골랐다. 부산에 있는 미문화원이라는 건물과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현재의 작가인 나와, 과거의 학생인 수미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1. 나

서울에 사는 작가인 ‘나‘는 가끔씩 부산에 내려온다. 부산 남포동, 미문화원, 용두산 아파트, 온천장 등 옛 부산중심지 일대를 산책한다. 산책을 하면서 과거 미문화원 방화사건을 떠올린다. 자주 내려오다보니 차라리 전세를 얻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집을 얻는다. 그러면서 부동산을 하는 최명환이라는 사람을 알게 되고 최명환을 통해 부산의 다른 사람들과도 친해지게 된다. ‘나‘에게 부산 산책은 안정을 주는, 사유하게 하는, 과거를 기억하게 하는 수단이다.



2. 수미

또다른 화자 수미. 그녀에게는 이모지만 언니라고 불렀던 윤미가 있었다. 윤미는 미문화원 방화사건으로 인해 감옥에 간 경력이 있는 대학생이었다. 어린 수미는 그런 윤미언니를 신기하게 여기고, 윤미언니 출소 후 그녀를 따라 광주에 가기도 하고 그녀를 감시하라는 선생님의 지시도 받는다. 수미는 성장할수록 윤미와 자연스럽게 조금씩 멀어지게 되지만 그래도 언니 윤미에 대한 친밀한 기억을 안고 살아간다. 커나가면서 윤미를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그녀의 과거를 공유하면서 현재를 살아간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특별한 사건은 없어 보이는데 실제로도 그렇다. <미래 산책 연습>에서 ‘나‘와 수미에게 특별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특별한 사건은 그들에게 일어난게 아니고 과거에 일어난 일이었다.(미문화원 방화사건,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 게다가 보통사람 기준으로 주변 인물들이 좀 특이하긴 하지만 악한 사람도 영웅도 없다. ‘나‘는 현재를 살아가면서 역사를 기억하고, 미래를 그리지만 우리의 일상적인 사유와 다르지 않다. 수미는 과거에서 부터 현재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겪은 일과 느낀점들을 표현하지만 특별하진 않다.



그렇다. 미래는 특별한 게 아니다. 과거를 끊임없이 복기해서 내가 원하는 현재를 살아간다면 그것이 미래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미래가 그냥 오는 것은 아니다. 올것이라고 믿는 미래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준비해야만 내가 생각한 미래가 온다. 그런 사람은 이미 미래를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늘도 나는 미래를 산책하면서 연습하고 있는 중이다.


Ps1. 처음 읽었을때는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두번째 읽었을때는 너무 좋았다. 특히 미래에 대한 문장들이 인상적이었다.


Ps 2. 이 책을 읽고 나서 ‘나‘가 계속 가지고 다니던 <티보가의 사람들>을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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