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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버젼으로 다시 읽는 악령. 이념에 대한 광기가 낯설지 않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인물들은 전혀 전형적이지 않다.

그녀는 이십이 년 동안 혹시 조그만 티끝이라도 묻을까봐 노심초사하며 그를 지켜 주고 유모처럼 보살폈으며, 시인과 학자, 시민적인 활동가로서의 그의 명성에 신경을 쓰느라 몇 날 며칠 밤을 잠 못 이루기도 했다. 그녀는 그를 고안해 냈고, 직접 나서서 자신의 고안물을 실제로 믿어 버렸다. 그는 그녀의 어떤 몽상과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그 때문에 그에게 정말로 많은 것을, 가끔 노예와 같은 복종까지 요구했다.- P24
사실 그녀는스타브로기나라는 자신의 이름을 그의 이름으로, 그것이 아무리 훌륭한 것일지라도, 바꾸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 쪽에서는 그저 여자의 유희였을 뿐, 그러니까 어떤 굉장한 여자에게는 그토록 자연스러운, 여자의 무의식적 욕구가 발현된 것이었을
뿐이리라. 하긴 장담하지는 못하겠다. 여자의 마음은 오늘날까지도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다! - P32
그는 어떤 강한 이념에 충격을 받으면 그자리에서 단번에 짓눌려 버리는, 가끔은 아에 영원히 그렇게
되는 저 이상적인 러시아인 중 하나였다. 그들은 그 이념을 물리칠 힘이 전혀 없기 때문에 그저 열정적으로 믿을 뿐이며, 그들의 삶 전체가 그들을 덮쳐 눌러 이미 반쯤은 완전히 압살해 버린 돌 밑에서 최후의 경련을 일으키듯 그렇게 흘러간다.- P53
물론 사과를 받아 주시겠죠.... 정말이지, 잘 모르겠어요. 갑자기 그러고 싶어져서... 바보짓을- P78
당연히 저는 광기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닙니다. 그린 건 절대 있을 수 없으니까요!(확고하고 도도하게 말씀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이상하고 특별한 뭔가, 어떤 사상의 전환이라든가 어떤 특수한 관점에 경도된다든가 할 수는 있었겠지요.- P169
"삶은 고통이고 삶은 공포며 인간은 불행합니다. 지금은 모든 것이 고통이고 공포입니다. 지금 인간은 고통과
공포를 사랑하기 때문에 삶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왔지요. 삶은 지금 고통과 공포의 대가로 주어지며 여기에 모든 기만이 있는 겁니다. 지금 인간은 아직 그 인간이 아닙니다. 새로운 인간, 행복하고 오만한 인간이 나타날 겁니다. 고통과 공포를 극복하는 사람, 바로 그 사람이 신이 될 겁니다. 그런데 원래의 그 신은 아닐 테죠."- P196
자살한 용기가 있는 사람, 그가 신입니다, 이제는 누구나 신이 존재하지 않도록,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도록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무도, 단 한번도 그러지 않았습니다.- P197
하지만 모두 그것 때문이 아니었어요. 모두 공포를 안고 행한 것이지, 그것을 위해서는 아니었습니다. 공포를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고요. 오직 공포를 죽이기 위해서 자살하는 사람만이 그 즉시 신이 되는 겁니다.- P197
"여기에는 중오도 있습니다." 그는 일 분 정도 침묵하다가 말했다. "러시아가 어떻게든 갑자기 개혁된다면, 심지어 그들의 방식대로 된다면, 또 러시아가 어떻게든 갑자기 한량없이 부유하고 행복해진다면 저들이야말로 제일 먼저 끔찍이도 불행해질 겁니다. 그때는 그들이 증오할 인간도, 침을 밸어 줄 인간도, 조롱할 것도 없어지니까요! 여기에는 오직 러시아에 대한 끝없는 짐승 같은 증오만, 유기체를 좀먹는 증오만 있을 뿐이죠. 여기에는 환히 보이는 웃음 밑으로 홀러나오는 눈물 중 세계의 눈에 보이지 않는 눈물이란 결코 없을 겁니다! 지금까지 루시에서 이 보이지 않는 눈물에 대한 말보다 더 사기 같은 말은 결코 없었어요!"- P233
인간이 오직 영혼의 고결함 때문에 죽을 수도 있을까요?- P296
내 생각으로는, 가령 벌겋게 달궈진 쇠막대를 거머쥔 다음 자신의 견고함을 측정해 보려는 목적으로 그것을 손안에 꽉 움켜쥐고 십 초간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이겨 내고 결국은 그것을 정복한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이라면, 내 생각으로는, 니콜라이 프세볼로도비치가 지금 이 십 초간 견더 낸 것과 비숫한 뭔가를 참아 낼 수 있을 것 같다.- P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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