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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서재
  • 악어 외
  •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 10,620원 (10%590)
  • 2010-06-15
  • : 637
도선생님의 <악어 외> 에는 2개의 단편과 1개의 여행 견문록이 수록되어 있다. 수록된 작품 목록은 <악몽 같은 이야기>, <여름 인상에 대한 겨울 메모>, <악어> 이다.

세 작품 모두 인상적이지만,  단편소설인 <악몽 같은 이야기>와 <악어>가 특히 인상적이다.

1. 악몽 같은 이야기 : 휴머니즘을 강조하는 한 인간이 실제 현실에서 보여주는 우스꽝스러운 이야기

자신을  이성적이고 따뜻한 사람이라고 자평하는 고위 공무원인 주인공 "이반", 그는 러시아 사회에서 휴머니즘을 강조한다.

[제 견해로는 휴머니즘이 으뜸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다만, 아랫사람들에게도 그들 역시 인간이라는 걸 되새기면서 휴머니즘적인 태도로 대해야지요. 휴머니즘은 모든 걸 구해 내고 모든 걸 가져다 줄 거란 말입니다.]  P.16


하지만 그는 겉으로는 휴머니즘을 말해도 마음 한 구석에는 상급자로서의 대우를 받고 싶어하고, 타인으로부터 존경을 받고 싶어하는 꼰대(?) 기질이 있다.

늦은 밤 저녁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반"은 자기와 같이 근무하는 하위 공무원인 "쁘셀도모프"의 집 근처를 우연히 지나가게 되고, 그가 결혼 피로연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휴머니즘이 가득한 사람이라고 자평하는 마음에서 "이반"은 그의 집을 방문하여 그를 격려하고 좋은 말을 해주며 피로연의 격을 높이려고 한다. 하지만 누가 좋아하겠는가? 누추한 집에서 이뤄지는 파티에 초대하지도 않은 상급자가 방문하는 것을. 그러나 "이반"은 파티에서 좋은 말을 해주고 상석에 앉아서 대우 받기를 원하는데, 집주인 뿐만 아니라 초대 받은 손님들이 과연 좋아하겠는가? 오히려 그는 파티 분위기만 흐릴 뿐이었다.

[그래, 당신은 휴머니즘을 뽐내려고 오신 거겠지! 당신은 모두가 흥겹게 즐기는 걸 훼방 놓은 거라고. 당신은 샴페인을 마셔 대면서 월급이라고는 쥐꼬리만하게 한 달에 10루블을 받는 관리에게는 그것이 지나치게 비싼 거라는 걸 생각해 보지도 못했을 테고.]  P.76


하지만 주인공 "이반"은  이를 인지하지도 못하고 자신이 대우받지 못하고 무시당한다고 생각하게 되며, 이미 술에 어느 정도 취해서 방문한 "이이반"은 파티에서 술을 더 마시고 완전 취해버리며 난동을 피운다. 파티에 방문한 사람들과 말다툼을 하며, 나중에는 결국 쓰러져서 결혼 주인공인 "쁘셀도모프"의  신혼침대에서 자게 된다. 완전 민폐중의 민폐, 진상중의 진상, 꼰데중의 꼰데가 된다. 휴머니즘을 그렇게나 강조하는 "이반" 이 말이다.

다음날 깨어난 "이반"은 급하게 신혼집에서 도망쳐 나오게 되고 8일동안 출근을 하지 않는다. 이후 출근하게 되어 당시 파티에서 만난 다른 하급자를 만나지만 "이반"은 자신이 저지른 만행의 잘못을 사과하지도 않고 자신은 잊었다고만 한다. 하지만 혼자남은 그는 휴머니즘을 강조했던 자신의 행동과 말에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아니야, 엄격함, 오직 엄격함뿐이지, 엄격하면 되는 거야." 그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는데, 갑자기 선명한 홍조가 그의 온 얼굴을 뒤덮었다. 그는 갑자기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럽고 괴로웠다. "못 견디겠는걸!" 그는 혼잣말을 중얼거리곤 힘없이 의자에 주저앉았다.]  P.100


고상한 신념과 이기적 행동 사이의 괴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단편으로, 책을 읽는 독자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나도 "이반"처럼 말은 이상적으로 하면서도 실제 보여주는 행동과 머릿속의 생각은 속물적인 면이 없지 않은지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절대 꼰대가 되면 안되고, 술을 마시더라도 만취되면 안된다고 다짐해 본다.



3. 악어 : 물질 만능주의와 폐쇄적인 급진주의에 빠진 인간들에 대한 신랄한 풍자 이야기

[어느 정도의 나이에 어느 정도의 외모를 지닌 한 신사가 아케이드의 악어에 의해 흔적도 없이 완전히 산 채로 삼켜지고, 이로 인해 발생한 사건에 관한 실화 ]  P.215


주인공 "이반"(그러고 보니 이름이 같네...)은 악어를 구경하러 갔다가 악어에게 먹히게 된다. 하지만 그는 죽지 않고 살아 있다. 부인 "옐레나"는 악어의 주인인 독일인에게 악어의 배를 갈라 남편을 구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독일인은 자신의 악어는 자신의 아들과 같으며 악어의 배를 가르기 위해서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악어에 먹힌 "이반"의 부주의함을 비난한다.

[결국 악어는 사유 재산이고, 그러니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고 그것의 배를 가를 수는 없지 않겠나. 따라서 그에 대한 모든 행동에는 소위 경제 원칙이라는 게 있네. 경제 원칙이 다른 무엇보다도 우선하네.]  P.235


여기서 잠깐 "악어"가 가지는 의미를 생각해 보면  급진적인 사상 같은 것을 은유하는 것 처럼 보인다. 당시 러시아 시대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생명 보다 경제논리에 따른 비이성적인 태도의 비판 같은?

그러나 "이반"은  악어의 배 속을 이상적인 곳으로 여겨서 그곳에서 계속 머물고 싶어 한다. 그곳의 삶에 익숙해지고 만족스러워하며, 그 안에서 "이반"은 완벽한 사회체계를 고안하며 시간을 보내는데 대단히 만족스러워 한다. 이는 현실과 단절된 자기만의 세계에 갖혀서 현실과는 괴리된 학문을 탐구하는 사람에 대한 풍자를 그리고 있다.

[소름끼쳐요. 당신은 저를 울리려고 하시는군요. 기어 들어가는 게 좋으면 당신이나 그러세요. 당신은 친구니까. 그와 나란히 누워서 우정을 지키며 평생 동안 지겨운 학문에 관해서나 논쟁해 보시지요.]  P.235


이렇게 남편, 친구가 악어 뱃속에 있음에도, 그들은 이에 순응하게 되고 오히려 자신의 이득과 욕망을 각자 구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아내인 " 옐레나"는 처음에는 악어 뱃속에 있는 남편을 꺼내달라고 울부짓지만, 이후에는 어떻게 하면 그와 이혼하여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기 까지 한다. 개인의 이익이 난무하는 살벌한 현실을 풍자하는 걸까?


<악어>를 통해 도선생님은 "과거 전통과의 유대를 무시하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사상이나 감정을 주장하는 것에서는 아무것도 이루어질 수없다는 것"을 비판하고 있다고 한다.(역자 해설) 당시 시대적 배경지식이 없어서 이 단편을 완벽하게 이해하기에는 제한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선생님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느낄 수 있었다.


굉장히 유머스럽고 풍자적인 작품으로, 도선생님의 유쾌한 작품을 원하시는 분께 적극 추천한다. 정말 재미있게 읽은 단편으로, <분신>, <노름꾼>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제 도선생님 완독까지 두 작품(영원한 남편, 미성년) 남았다. 8월 중 완독이 예상되니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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