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것은 소설이 발표된 시점에서 2~3년이 지난 지금 소설 속 일들이 ‘사건화’ 된다는 점이다. 그녀가 가진 예민한 시선으로 건져 올린 지금의 문제는 지금 문제처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곧 모두가 ‘문제’라고인지하는 문제가 된다. 모르그 디오라마를 예로 들어 보자. 그 작품은 2018년 초에 발표된 작품이다. 나는 이 작품을 현대문학상 수상집에서 읽게 되었는데 때는 2018년 연말이었다. 서점에서 올해에 젊은 작가상을 수상하고 현대문학상까지 수상한 박민정 소설가의 책들이 한쪽 매대를 온전히 차지하고 있었다. 젊은 작가상이란 이름이 주는 느낌보다 현대 문학상이란 이름이 주는 느낌은 더 커다랗다. 다들 대단하다고 하니 나도 한 번 읽어볼까?하면서 책을 구매했다. 그리고 그 당시에 소설을 읽고 상을 왜 받았는지 잘 이해할 수 없었다. ‘페미니즘적 시선이 과하게 들어 가 현실적이지 않다.’라고 생각한 듯 하다. 그로부터 1년여가 흐른 시점에 n번방 사태가 터졌다. 매체에서 쏟아지는 뉴스들을 따라가다가 우연히 그녀의 소설이 떠오르게 되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속는 셈치고 읽어 보았다. 그런데 지금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이미 소설에서 씌여져 있었다. 그리고 소설이 비로소 이해되었고 왜 상을 받았는지도 조금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 그녀의 소설은 시대를 앞서 간다. 여기서 내가 느끼는 점은 현재의 면밀한 관찰은 다가올 미래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박민정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포착한 현재는 곧 ‘사건화’되어 다가올 미래일 수 있다.
나는 앞으로 발표하는 박민정의 소설을 쫓을 것이며 내가 보지 못한 현재가 어떻게 구성되고 있는 지도 파악해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