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당한 어머니의 절절한 망한 사랑 이야기를 쫓아가는 자이니치 3세 하나를 주인공으로 한 미스터리 추리 소설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aka 짚퀸👸
소설은 일본에서 작은 도시락 가게를 하던 하나의 엄마 사치코가 가스 폭발로 살해되면서 시작한다. 사치코는 죽기 직전 하나에게 한국으로 넘어가 세일백화점 회장인 윤동주(성별:여성)를 찾아가 진실을 밝히라고 유언을 남긴다.
🗃이야기는 전형적인 액자식 구조인데 1부는 하나의 시점에서 라쇼몽 기법(작가님 피셜)을 사용하여 윤동주 회장과 주변인의 인터뷰를 통해 동주와 사치코의 과거를 탐문하며 조각을 맞춰 나가게 된다.
(❗️스포일러❗️)
2부에선 하나의 탄생의 비밀이 밝혀진다. 여성이란 이유로 친딸도 천대하지만 성욕은 왕성하던 세일그룹 회장을 조종하기 위해 동주가 사치코를 아버지의 정부로 꾸민것. 하지만 또 다른 정부의 모략과 하나가 딸이란 이유로 사치코는 세일가에서 손쉽게 내처진다.
두 사람은 이후 재계를 물밑에서 움직이기 위해 서울에 ‘요코하마’라는 고급 일본식 요정을 차리고 사치코는 가명으로 가게를 운영하며 손님들 정보를 빼돌려 동주를 보필한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은 막대한 부를 쌓지만 사치코는 떳떳하지 못한 자신의 처지를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라고 표현한다.
3부는 사치코와 동주를 살해하려던 범인이 누군지 밝혀지며 유일한 세일그룹 후계자가 된 하나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 매우 빠른 호흡으로 달려 나간다. (작가님께서도 3부는 하루만에 초고를 쓰셨다고 한다!)
작가님의 데뷔작부터 따라온 팬이어서 처음 여성서사를 쓴다고 들었을 때 <패리스힐튼을 찾습니다>의 확장판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고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는 기대 이상으로 멋진 작품을 만났다.
윤동주라는 욕망에 가득찬 인물을 사랑한 나머지 스스로를 점점 구렁텅이로 빠뜨리는 사치코가 너무나 이해가면서도 이 사랑을 구원할 방도가 없어 안타까웠다. 동주를 위해 젊음과 안정적인 가족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모두 포기한 이 절절한 망(한)사(랑)라니…
동주는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미스 세일부터 시작해 시종일관 여자들을 낮은 자리로 끌어 내리고 이용하고 조종한다. 누가봐도 욕망에 충실한 캐릭터이고 바로 옆에 사치코가 저렇게 희생당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사람에게 미움이 생기지 않아 신기했다.
내가 이렇게 권력자에게 약한 타입이었나;; 하다가 깊생해보니 아마 사치코에게 너무 동화되어 차마 동주를 미워하지 못한게 아닐까 싶다. 독자까지 끌어들이는 이 지독히도 망한 사랑… (그리고 동주는 이 작품 최고의 여왕님이니까…!)
1부보다 2부, 3부로 갈수록 작품의 몰입력이 폭발하는데 연재로 2부를 시작하고 1부와 3부를 나중에 덧대셨다고 한다. 그러니까 기획단계의 주인공은 동주와 사치코. 아 이건 또 이대로 맛있는 작품이네...
나는 아마도 이런 절절한 감정이 넘치는 반전있는 장르물을 좋아하는 것 같고 8월 여름의 끝자락에 찾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서로가 쌓은 카르마를 돌려받은 연인과 그 카르마를 끊어낸 두 사람의 딸이자 조카인 하나의 선택이 눈물나게 멋졌다.
🔥미스터리식 전개와 후유증이 긴 <돌이킬 수 있는>, <기나긴 이별>을 좋아했던 분들에게도 이 작품을 추천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