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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미미씨의 서재
  •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
  • 장석주
  • 11,700원 (10%650)
  • 2019-07-10
  • : 440

오랫동안 행복을 믿지 않았다. 기대하지 않는 삶이 더욱 풍요롭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행복한 삶을 전제하는 것보다 불행한 삶을 전제하는 것이 더 힘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 책을 선택하게 된건 급작스레 업무 환경이 크게 바뀌면서 라이프 없는 워크에 질리던 참이었다. 고난의 순간은 반등의 기회라는 걸 알면서도 마음이 다잡아지지 않아 그 동안 믿지 않던 것을 쫓아보기로 했다. 짧은 문장 하나 하나에 삶을 담아내야 하는 시인이 연구해온 행복은 엉덩이가 귀여운 복숭아나 곰처럼 보이는 사자가 말하는 행복보다 조금 더 와닿을 것이라 생각했다.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지금, 처음의 기대는 절반 정도 들어맞았다. 불행을 회피함으로써 얻는 안녕, 찰나의 만족감에서 느끼는 충실성, 여유럽고 고즈넉한 시간, 좋은 삶에 대한 긍정가 낙관에의 약속이 전제되어야만 얻을 수 있는 것(p.21)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인데 참 살면서 이루기 어려운 것들이 아닌가. 시인은 이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행복을 이루는 것이라고 말하며 행복 그 자체도 선택이라 말한다.


행복을 정의 내렸으니 이를 얻기 위해 시인은 무엇을 하였을까? 여름의 제철과일을 맛있게 먹고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삶을 택하고 물건보다 경험을 구매하며 가을날에는 뒷산을 오르며 걷기 좋은 날씨에 햇빛을 받는걸 행복이라고 느낀다. 시인 스스로가 바꾼 라이프스타일을 배경으로 일생동안 읽은 철학서, 인문서를 배경으로 이러한 행복의 원리를 설명한다. 



*****


[독서는 내면의 불안과 혼돈의 소용돌이를 잠재우려고 할 때 그 유용성이 빛난다. 독서란 침묵의 밀도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그것을 더없는 행복으로 바꾸는 행위다. (p.109)]


엄청난 다독가는 아니지만 책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으로써 제일 공감가는 파트는 역시 책을 읽으며 느끼는 행복 부분이었다. 독서모임 처돌이라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재미가 더 크긴 하지만 떠올려보면 모임 전에 침묵의 시간 속에서 혼자 책 속의 세상을 구성하는 순간의 행복이 덜하진 않다.


뒤돌아보니 책을 읽기 시작한 뒤로 점점 말수가 적어지는 나도 좋고 그것을 부족하다 여기지 않는 나도 꽤 만족스럽다. SNS, 유튜브, 드라마를 끊지 못해서 시인처럼 많은 책을 읽을 순 없지만 책을 들고 오롯이 빠져있는 그 시간은 내가 행복을 믿지 않아서 깨닫지 못했을 뿐, 나에게도 찰나처럼 느껴지는 행복의 순간이란 걸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


이 책의 단점이라면 너무 정론만을 말하는 시인을 내가 따라갈 수 없다는 점이라고 하겠다ㅋㅋ 소비하지 않는 삶, 물건보다 경험을 사는 삶은 7년 넘게 추구하고 있지만 불행의 순간들마다 너무 쉽게 무너진다. 


물건을 사는게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학문으로도 경험으로도 배웠지만 불행의 순간들마다 너무나 쉽게 잊혀진다.(그렇다, 최근 3개월만 해도 현실도피용 ㅅㅂ비용으로 카드값이 빵꾸날 정도였다ㅠㅠ) 행복을 위한 노력이 우리의 통장도 지켜줄 수 있다. 행복도 잔고도 잡는 얼마나 유익한 책인가ㅎㅎ


사실 서평을 쓰는 지금도 행복이 선택이란 말에는 100% 동의하기 어렵지만. 노력하면 그 찰나를 조금 더 많이 잡을 수 있다는 말에 희망을 걸고 싶다. 내 삶의 안녕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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