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빠삐냥 2020/12/17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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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 하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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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12-08
- : 3,330
0. 삼중으로 추천을 받아 읽었다.
김하나 작가의 추천사, 모 유투버, 그리고 알라딘 추천마법사.
신간 추천을 받기는 쉬운데 흘려보낸 좋은 책들은 알기 힘들다. 알아도 다는 못 읽지만.
1.
집이란 단어가 좋다.
ㅈ-ㅣ-ㅂ. 웃을 듯 입꼬리를 늘이다 금세 입술을 꾹 다문다. 집.
내가 나를 놓을 수 있는 공간이다. 세상을 바깥에 가둘 수 있는 공간이다.
(이사 경험이야 많지만) 다행히도 이제껏 집이 없어 본 적은 없기에 내게 집이란 개념은 의심의 여지 없이 안전하고 편안한 보금자리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가족이 함께 있으면 그게 집이지~ 라고 말할 정도의 여유를 갖고 자라났다는 말이다.
2.
집을 주제로 하는 책이라는 걸 알자마자 코로나 때문인가 싶었다. 2020년 일어난 일 중 코로나 때문이 아닌 게 더 적겠지만. 실내생활의 비중이 높을수록 집이란 공간의 의미는 커진다. 단점도 장점도 미처 몰랐던 자질구레한 특징도 더 크게 다가온다. 읽으면서 쭉,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이 집밖에 없다면? 전염병이 도는 이 추운 겨울 몸 둘 곳이 딱 여기뿐이라면? 같은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집은 삶을 지탱하는 공간이다.
3.
책의 흐름에 따라 작가는 계속 자라나고 이동한다. 성장소설의 템포다.
어린 시절 어디 살아? 묻는 친구에게 집을 자랑하고 싶었던 욕망을 지나, 집을 누구보다 열심히 가꾸면서도 엄마-작가의 외할머니-를 단 두 번 밖에 초대하지 못한 엄마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고, 이내 '자기 돈과 시간'을 들여 자신만의 (집 다운) 집을 꾸미는 설렘과 기쁨이 있다. 어른이 되는 과정이다. 나는 이를 승리의 역사로 읽었다.
읽는 내내 내 집과 내가 살아온 집들이 겹쳐져 보였다. 내 기억이 이렇게 선명한 줄 나도 몰랐는데. 집이 뭐라고, 떠올리니 바로 떠오르는 풍경들이 있더라.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었다. 이 사람은 이런 집들에서 살아서 이런 사람이 되었고, 나는 다른 집들에서 자라 다른 사람이 되었구나.
4.
7장 <서재의 주인>은 따로 떼어 봐도 훌륭하다. 부제 '나의 자리, 엄마의 자리'도 좋다. 서재를 만든다는 것. 그곳의 주인이라는 것! 아, 읽기만 해도 마음이 절로 충만해진다.
5.
황선재 작가는 친애하는 그의 집, 그의 개인사, 그의 공간에 대해 말하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의 집, 나의 개인사, 나의 공간에 대해 생각한다. 그가 진솔한 만큼 나도 솔직해진다. 집이 이렇게 중요하다고 정말 소중하다고 서로 맞장구치며 한참 수다를 떤다.
연말에 내려갈 때 들고 가야겠다. 엄마랑 길게 이야기를 하고 싶다.
가난은 서로에게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가난을 나늠하는 일은 자신의 과거든 타인의 현재든 비교 대상이 필요했다.- P58
내가 자기만의 방을 소망할 때 나는 무엇을 소망하는가? 그것은 나 자신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망, 나의 고유함으로 자신과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욕망일 것이다.- P135
가족 각자가 이룬 것은 엄마가 이룬 것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내가 기억해내는 것은, 엄마가 씁쓸한 얼굴로 이렇게 말할 때뿐이었다. "나는 평생 이룬 게 하나도 없구나."-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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