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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준님의 서재
  • 자음과모음 2025.가을
  • 자음과모음 편집부
  • 17,100원 (5%540)
  • 2025-09-01
  • : 675

#자모단

여러 생성형 AI 프로그램들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해 문학계에 경고등이 켜졌다. 사람들은 생성형 AI를 통해 단순히 정보 검색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보고서, 논문 작성 등에 도움을 (아주 크게) 받고, 심지어는 상담 등의 영역에서 감정적인 위안을 얻기도 한다. 오로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 여겨졌던 것을 AI가 대신하기 시작하였다. 그렇다면 과연 문학계는 어떠할 것인가. 역시 문학 마저 AI가 대체해버릴 것인가.

이러한 우려가 쏟아지는 세태에서 『계간 자음과모음 2025 가을호』가 논의해야 할 점으로 주목한 부분은 바로 ‘작가’다. 『계간 자음과모음 2025 가을호』는 이 시대의 ‘작가성’이 현재 재구성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작품 뒤에 숨어 보이지 않던 작가라는 존재가, 실체 없는 ‘가상적 작가’라는 존재로 인해 다시금 세상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때문에 새로운 작가성의 논의가 필요한 것이다. 이 주제로 쓰인 다섯 편의 깊은 통찰이 담긴 글을 읽을 수 있었는데, 그중 노태훈 평론가의 글이 꽤 인상적이다.

노태훈 평론가는 이번 글에서 기존 한국문학 문단의 신격화가 무너졌다고 지적한다. 2015년 한국문학계를 뒤흔들었던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 사태를 들며, 그 당시의 작가상이 얼마나 신화적이었는지를 설파한다. 신경숙 작가는 『엄마를 부탁해』 등의 유수한 작품을 써낸 명실상부 한국문학의 대표 작가였는데, 그러한 작가가 표절 논란에 휩싸이니 여간 충격적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문학의 작가마저도 마치 소속사에 속한 연예인처럼 그것을 방패 삼아 침묵하고 은폐할 수 있음’(241p)을 독자가 깨닫게 되었다는 사실이 있었다.

인터넷이 발전하고 독자들의 영향력이 세지면서, 그리고 여러 문학적 논란들이 공론화되면서 ‘작가’에 대한 기존의 신화적 시선은 다소 누그러졌다. 단순히 작가의 작품을 읽기만 하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자신의 독서 행위를 드러내고 이를 또 하나의 컨텐츠로 만들어내는 능동적 생산자가 된 것이다. 즉, 작가와 독자의 위치가 동일선 상에 놓이게 되었다. 그러나 노태훈 평론가는 아직도 한국문학의 비평적 담론이 ‘여전히 문학의 신화를 지키는 데 급급’하다고 지적한다(247p). 앞으로 AI가 더욱 더 발전하게 된다면 기존의 ‘작가’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틀어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할텐데, 지금의 모습은 전혀 시대상과 맞지 않은, 퇴보적인 것이다. AI가 쓴 작품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그런 작품을 쓴 AI를 ‘작가’로 볼 수는 있는지, 독자들 뿐만 아니라 한국문학계에 종사하고 있는 전문가들 또한 이에 대해 깊이 논의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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