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이승준님의 서재
  • 내일의 엔딩
  • 김유나
  • 14,400원 (10%800)
  • 2024-09-25
  • : 1,679

평소 인스타그램에서 종종 댓글을 남기고 소통을 하는 분께서 선물로 주신 책이다. 취향이 완전히 똑같지는 않더라도 꽤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던 인친님의 선물이기에, 신인 작가의 작품임을 알고 있음에도 적지 않은 기대를 품고 책장을 펼쳤다. 분량이 짧은 게 흠이라면 흠이랄까, 내 예상보다도 훨씬 더 깊게 전해지는 울림에 꽤나 크게 놀랐더랬다.

『내일의 엔딩』은 뇌경색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간병하게 된 딸 ‘자경’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이다. 물론 간병인의 처지만으로 나오는 건 아니다. 일적으로도 상당히 바쁜 하루를 보내던 자경은 결국 아버지를 떠나보내게 된다. 아마 작가가 전하고 싶은 주제의식이 바로 이 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상실과 애도, 결국은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야만 하는 우리내 삶, 이것을 ‘자경’이라는 인물을 통해 그려낸 것이 아니었을까.

개인적으로 나의 친할머니가 뇌경색으로 돌아가셨던 터라, 『내일의 엔딩』에서 그리고 있는 상황들이 조금은 남달리 무겁게 느껴졌다. 할머니의 장례식장에서 어른들이 하신 말씀을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할머니는 우리 가족을 배려하셔서 그렇게 빨리 가신 게다.”

고등학생이었던 당시의 나로서는 이 말이 그리 잘 이해되지 않았다. 애당초 ‘배려’라는 말과 ‘죽음’을 같은 문장에 놓을 수 있는 건지도 의문이었지만, 그래도 내 솔직한 마음으로는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아계시다가, 조금이라도 더 얼굴을 보게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시는 것이 가족을 배려하는 길 아니었던가, 하는 게 어리석은 그때의 내 생각이었다.

『내일의 엔딩』을 읽으며 그런 내 생각이 얼마나 가볍고 얄팍한 것이었는지를 몸서리치듯 깨달았다. 간병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정신적, 신체적으로 힘든 일인지. 사랑하는 내 가족이 아파하는 모습을 낮이든 밤이든 언제나 지켜보는 것이 얼마나 지치는 일인지. 그런 와중에도 일상을 포기할 수는 없는 현대인의 삶이 얼마나 팍팍한 것인지. 그래서 왜 우리 할머니는 ‘가족들을 배려하셨다’는 말을 들으며 떠나셨는지…. 갑자기 할머니가 무척 보고 싶어진다.

우리는 결국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할 것이다. 내가 떠나든 혹은 내가 떠나보내든, 결국 이별은 찾아오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인생에서 결코 피할 수 없고 배제할 수 없는 죽음, 상실, 이별을 우리는 과연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 『내일의 엔딩』은 이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었다. 그리고 나는 아직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 아니, 애써 외면하고 있다. 상상하기 싫어서, 대면하고 싶지 않아서, 비겁하게 도망치고 있다. 다만, 얼마 전에 읽은 최진영 작가님의 산문집 『어떤 비밀』을 읽으며 조금은 용기가 생겼다. 그 문장을 인용하며 이 글을 마친다.

삶을 졸업할 때가 올 것이다. 정말 떠나야 할 때. 그 순간을 느닷없이 맞닥뜨리지만은 않기를. 잠시라도 준비할 수 있기를. 사랑을 전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길 바란다. 그리고 돌아서서 인사해야지. 안녕, 너구나. 내 소설에는 네가 꽤 많이 등장해. 그만큼 너를 자주 상상했어. 그래서 네가 마냥 두렵지만은 않아. 너를 만나면 오랜 친구처럼 안아주고 싶다고도 생각했지. 이제 진짜 만났네. 내 손을 잡아줄 수 있어?

『어떤 비밀』, 367p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