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없는 소리』를 쓴 작가가 맞나 싶을 정도로 『조금 망한 사랑』은 전작과 판이하게 다른 분위기를 보인다. 그리고, 이번에 읽은 『조금 망한 사랑』이 훨씬 더 좋았다. 두 작품 모두 청년들의 불행이랄지,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고된 역경들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할 수 있겠으나, 인물들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혹은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는 사뭇 다르다.
(몇 년 전에 읽어 나의 기억이 온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내가 기억하는 『마음에 없는 소리』의 감상은 한 단어로 정리하자면 ‘불평불만’이었다. 소설 속 인물들이 세상의 부조리를 대할 때 거의 다 분노, 투쟁 및 불평불만 등의 태도로 일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때문에 그걸 읽는 나까지도 매우 불편하고 답답했던 기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소설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것을 그리 선호하지는 않기에, 앞으로 김지연 작가의 소설을 읽을 일은 없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조금 망한 사랑』은 달랐다. 소설 속 인물들에게 일종의 고난이 닥쳐오는 것은 『마음에 없는 소리』와 비슷하지만, 『조금 망한 사랑』 속 인물들은 그것을 아주 chill하게, 다시 말해 쿨하고 시니컬하게 대처한다. 「포기」나 「반려빚」에서는 친구(지인)이 돈을 빌리고 나서 갚지 않은 채 튀고, 「좋아하는 마음 없이」에서는 남편이 바람나서 이혼을 해달라고 무릎꿇고 애원한다. 만약 내가 소설 속 상황을 마주한다면 이들을 죽을 때까지 쫓아서 머리끄댕이를 잡거나 하겠지만, 주인공들은 그러지 않았다. 아주 chill 하게 이런 상황에 대응해낸다.
이런 쿨하고 시니컬한 소설 속 인물들의 태도는, 어째서인지 현실에서 그러지 못하는 나에게 얼마간의 힐링과 위로를 주기도 했다. 왜일까, 내가 chill한 태도를 가진 사람들에게 동경을 품고 있어서일까? 분명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크고 작은 사건들 하나하나에 내 감정을 일희일비 한다면, 이는 매우 큰 감정소모로 돌아와서 나 자신을 꽤나 힘들게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뭐가 되었든 좀 ‘쿨’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게 (거창하게 말하자면) 나의 신념인데, 그런 나와 아주 잘 맞았던 소설이 바로 이번에 읽은 『조금 망한 사랑』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더더욱 나는 이 책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