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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준님의 서재
  •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 서동욱
  • 16,920원 (10%940)
  • 2024-01-12
  • : 27,249

제목에 쓰여있는 문장을 문자 그대로만 읽는다면 무슨 말인지 그 의미를 전혀 알지 못할 것이다. 날씨를 바꾼다니, 가당키나 하냔 말이다. 그러나 이 ‘날씨’라는 단어를 조금 다르게 바라본다면 이 책의 제목이 정말 잘 지어졌다고 느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날씨란 우리의 ‘기분’ 내지는 삶을 대하는 ‘태도’이다. 즉, 철학은 우리가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고, 그에 따른 우리의 기분도 바꾼다는 소리이다.

‘철학 무지랭이’라 자부하는 내 자신이 이 책을 읽게 된 데에는 크나큰 결심이 필요했다. 하지만 주변에서 추천을 많이 받았던 책이라 한번쯤 독파해보고 싶은 욕망 또한 컸다. 그렇게 읽게 된 이 책은, 제목에 적힌 표현 그대로 내게 얼마간의 지혜와 성찰을 주었다. 철학사의 흐름이나, 여러 철학자들의 사상을 거의 알지 못하는 나로서 철학책은 언제나 어려울 것이라고만 생각하였다. 그러나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 특정한 철학 사상의 관점으로 깊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일상을 살며 마주할 만한 수많은 소재들과 관념들에 대해 철학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는 사유(思惟)를 제공한다. 하여 철학 전공자들은 이 책에 대해 깊이가 얕다고 비판할 수도 있겠으나, 일반 대중들이 읽기 좋게 깊이와 재미 사이의 완급조절을 훌륭하게 해낸 교양철학서라고, 나는 감히 생각한다.

[자기기만, 영혼의 질병]

- ‘나는 어쩔 수 없었어’, ‘이 사태에 대해 나는 책임이 없어’라고 핑계대는 것이 자기기만이다. 이것이 기만인 까닭은, 근본적으로 자신의 선택에서 기인하는 것인데도 자신은 그에 대해 수동적이라고 스스로에게 거짓 변명하기 때문이다.

- 중요한 점은 사회를 절망에 빠트리는, 불의가 정의를 이기는 많은 상황들은 바로 이런 자기기만에서 생겨난다는 것이다.

- 불의 앞에서 자기기만적 정신은, 나는 이 공동체 안에서 별달리 힘이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한다. 더 나쁘게는, 직책상 그것은 내 일이 아니라서 모르겠다고 답하며, 다른 사람들이 처리할 문제라고 외면한다.

- 이때 나는 ‘직책상 어쩔 수 없는 자’가 아니라, ‘직책의 핑계를 대며 어쩔 수 없는 자가 되기로 능동적으로 선택한 자’이다. 그러나 마치 자신의 선택이 아니었던 것처럼 믿으려 한다는 점에서 나의 영혼은 자기기만적이다.

[희생양 없는 사회를 향하여]

- 희생양이 되는 것은 폭력을 행사해도 저항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이다. 이것이 희생양 문제의 첫 번째 특성이다. 희생양은 오늘날에도 곳곳에 있다. 학교, 회사, 정치 어디든.

- 희생양은 희생양을 필요로 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의 사람들을 결집시킨다. 예컨대 예수를 희생양으로 삼은 집단은 누구인가? 이들은 애초에 일치단결된 사람들이 아니었다.

- 가해자들은 신념, 정치적 성향, 가치관 등이 통일되어 있어서 한 사람을 희생제물로 삼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았을 때 얻게 되는 이득이 비로소 이들을 통일적으로 만들어준다. 그 이득이란 기득권에 대한 보호, 희생양의 것이었던 자리를 대신 차지하기 등과 같은 것이리라.

[근대 이후, 하이브리드의 삶 또는 AI]

- 비약적인 기술 발전의 기원은 무엇일까? 중세를 마감한 르네상스 시대 이후 화려하게 펼쳐진 과학의 힘이다. 그 힘의 원천은 당연히 ‘이성’이다.

- 이성들 사이에서만 이루어지는 소통은 사라졌다. 챗GPT의 존재가 증언하듯 이제 이성의 소통 상대자는 비이성이자 비인간인 기계이다.

- 챗GPT는 인간이 던지는 질문에 창의적으로 보이는 답을 내놓는다. 그의 답은 자신을 창조한 개발자, 즉 인간 주체의 이성과 의도와 통제를 벗어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기계는 ‘자율적’이다. 요컨대 기계이자 대상인 동시에 ‘자기의식이 없는데도 주체’인 것이다.

- AI는 문학 작품이든 미술품이든 만들어낸다. 이는 인간을 감동시킬 수 있고, 홀릴 수 있으며, ‘유혹’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핵심은 작품의 수준이 높냐 아니냐, 독창적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유혹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관건은 AI가 무엇인가를 제시하며 인간을 유혹할 것이고, 결국 적응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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