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는 응당 세 가지의 소설을 마음 속에 품고 산다고 한다. 하나는 쓰고 싶은 소설, 두 번째는 쓸 수 있는 소설, 마지막으로 써야 하는 소설. 세 유형 중에서도 ‘써야 하는’ 소설은 무엇일까, 위의 말을 들었을 때 내 머릿속에는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하지만 박선우 작가가 쓴 <어둠 뚫기>를 읽으며 비로소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감히 짐작해보건대, 이 작품은 박선우 작가에게 써야만 했던 소설이었을 것이다.
<어둠 뚫기>는 명확한 하나의 사건으로 전개되는 ‘서사’가 아니라, 주인공의 이런저런 처지로 인해 벌어지는 여러 에피소드들과 그로 인한 사유를 담은 작품이었다. 게이 주인공 남성이 불가해한 어머니를 이해해보려고 하는 노력이 너무도 간절하고 애달프게 느껴졌다. 게이 남성으로서 살아가는 한국 사회도 그렇고, 그런 자신을 이해하지 못할 뿐더러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않는 어머니와 같이 살아야하는 가정 배경도 그렇고, 주인공을 둘러싼 모든 환경이 마치 주인공을 못살게 굴도록 일부러 괴롭히고자 설계된 듯했다.
그래서일까. 전작 <햇빛 기다리기>를 읽으면서는 작가님의 문체가 ‘섬세하다’고 느꼈던 것 같은데, 이번 <어둠 뚫기>를 읽는 동안에는 상당히 ‘날카롭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퀴어 소재에서 비롯한 높은 수위에 더해 어머니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전통 유교 사상을 거스르는 날카로움에 몸서리가 처지는 듯하다. 그럼에도, 작가는 이렇게 쓸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런 어머니를 아들로서 사랑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기 때문에 말이다. 하여 소재나 수위 등의 측면에서 불편한 부분이 적지 않았음에도, 어머니를 이해하려는 아들의 심정이 절박하게 느껴져 마음 한 구석이 동하기도 했다. 쉽게 추천은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악평도 남기지 못하겠는 <어둠 뚫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