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협찬
최근 『호르몬 체인지』부터 『테스터』, 그리고 이번에 읽은 『악마 대학교』까지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들이 모두 재밌어서 행복한 요즈음을 보낼 수 있었다. 내가 언급한 이 작품들의 공통적인 특징들이 모두 ‘인간의 욕망’을 다루고 있다는 점인데, 세 작품 모두 눈살이 찌푸러질 정도로 수위가 높다거나 불쾌감을 유발하지 않는다. 적절한 농도와 깊이 조절로 독자들에게 큰 재미와 한 방의 여운을 선사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인간을 효율적으로 파멸에 이르게 할 수 있을지 소설 속 악마들이 고민한다. 그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이 과정에서 김동식 작가만의 기발한 상상력과 호쾌한 유머가 빛난다. 그리고 인간의 욕망에 대한 작가의 사유가 꽤나 신랄하다. 지금부터 쓸 글에는 소설 속 내용에 대한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될 것이므로 주의 바란다.
#스포일러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하고 바라는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다. 물론 나는 그렇지 않다. 단 한 번도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고, 누가 그렇게 물어도 ‘돌아가고 싶은 과거의 한 순간이 없다’고 답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나와는 다른 듯하다. 뼈저리게 후회되는 순간들, 평생을 살면서 한이 맺힌 ‘후회’스런 지점을 다시 돌아가서 바꿀 수만 있다면... 하고 바라는 것 말이다.
나는 그런 상상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지만, 만약 악마가 눈앞에 나타나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어떻게 될까? 그 상상을 바탕으로 쓰인 소설이 바로 『악마 대학교』인 것이다. 물론 결말에 대해 발설하지는 않겠으나, 이정도만 하더라도 과거로 돌아가는 선택을 한 인간들이 맞이할 최후가 어떨지는 아마 다들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예상할 수 있음에도 무릎을 탁 치는 번뜩임이 이 소설의 결말에 있다. 그리고 그 번뜩이는 지점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고도 말하고 싶다. 그때의 내 선택은 그 당시를 살던 나 자신의 ‘최선’이었으므로, 돌아간다고 해서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