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한 명의 삶 전체를 톺으며 진행되는 소설은 분명 <스토너> 말고도 많다. 그러나 <스토너>에서 묘사되는 ‘스토너’의 인생만큼 고요하고 지지부진한 것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 책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던데, 그 이유도 아마 이 때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스토너의 삶의 속성, 성격 때문에 이 소설이 또 많은 사람들에게 극찬을 받는 이유이기도 할 터이다.
소설에서 묘사되는 스토너의 삶은 참 애잔하다. 온갖 실패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는 결혼에 (거의) 실패했고 이 영향으로 자식과의 관계도 그리 썩 좋지 못하다. 문학도로서 꿈을 키워 결국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하지만, 직장 동료와의 불화로 인해 결국 그는 퇴직 전까지 ‘정교수’가 되지 못한다. 게다가 말년엔 암에 걸려 제대로 된 반격 하나 못하고 죽음을 맞으니, 어찌 이리도 허망하지 않을 수가 없는가.
그러나 이런 스토너의 불행과 슬픔이 비단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스토너는 자신의 삶에 닥쳐온 여러 고비와 역경들을 그만의 방식으로, 아주 우직하고 굳건하게 버텨낸다. 차마 이겨낸다고 하지는 못하겠다. 그러나 지지 않는다. 스토너는 버티고, 견뎌낸다. 우리도 삶을 살면서 자신의 고집과 신념을 버릴 수밖에 없는 때가 종종 찾아오지 않는가? 그럴 때 당신은 어떻게 대처하는가. 적어도 나는 그들의 요구에 맞게 나 자신을 바꾸는 방법을 택한다. 그러나 스토너는 그렇지 않다. 자신의 태도를 묵묵히, 끈질기게 지켜낸다. 그런 그의 모습이 내게는 너무도 경외스러웠다.
게다가 스토너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일찍 깨달았고, 그 좋아하는 분야와 관련해서 하고 싶은 일을 해나가는 추진력을 보인다. 이것은 우리내 인생에서 크나큰 축복처럼 여겨지는 것 아닌가? 좋아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을 뿐더러, 애당초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때문에 아무리 소설 속 스토너에게 닥치는 일련의 사건들이 불행과 시련처럼 보이더라도, 이 소설이 그렇게 암울하지 않았던 것은 스토너의 삶에서 비쳐보이는 행복과 존경이 빛이 같이 담겨 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고로 <스토너>를 읽는 동안에 들었던 감상은 우울이 아닌 뭉클함, 침울이 아닌 애잔함이었다. 그러므로 스토너의 삶에서 언뜻 비치는 우리의 삶을 발견하는 순간, 분명 이 소설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