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지방의 대도시 주변엔 큰 산들이 있습니다.하지만 그 중에서도 광주 무등산 만큼 지명도가 높은 산은 없습니다.대구에 팔공산이 있고, 부산에 금정산이 있지만 타지역 사람들에겐 무등산만큼 알려지지는 않았습니다.심지어 광주가 광역시인줄 모르는 이들도 무등산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드물겠지요.
무등산 하면 수박이 유명합니다.하지만 광주에서 팔리는 수박 중 무등산 수박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무등산 수박을 재배하는 사람들은 무등산 장등이라는 산동네에만 살고 있습니다.수백년 동안 옛날 수박 품종 그대로를 그 당시와 동일한 방법으로 키웁니다.당연히 나오는 물량도 한정되어 있고 굉장히 비싸지요.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무등산 수박은 서울과 경상도의 부자들에게만 팔기 때문에 광주에서는 안 보인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무등산 수박은 다른 수박과는 다르게 줄무늬가 없습니다.진한 초록색으로 덩치도 엄청납니다.여름이 다 지나 9월부터 나는 것도 다른 수박과는 다른 특징입니다.그래서 광주에서도 여름엔 고창 수박이나 함안 수박을 먹습니다.광주 근교에서 재배하는 수박도 무등산 수박이 아님은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무등산 수박은 오로지 무등산 장등에만 나오니까요.
무등산 수박은 왜 우리나라의 다른 곳에서 나오는 수박과 모양이 다를까 하고 궁금하게 여기던 차에 우연히 이집트 여행을 다룬 방송을 보았습니다.그러다 무릎을 치게 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이집트 사막의 오아시스인데 그곳에서 재배하는 수박이 무등산 수박과 똑같았습니다.줄무늬가 없이 진한 푸른색...그렇다면 무등산 수박은 품종개량이 안 된 상태 그대로 이어져 내려오기 때문에 이집트에서 들여온 그 모습 그대로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 것이었습니다.
수박이 아프리카에서 온 것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다소 놀랐는데 동물의 왕국에서는 더욱 재밌는 광경을 보았습니다.아프리카 남부 칼라하리 사막에 사는 사자가 수박을 먹는 장면.사막은 물이 없어서 수박으로 수분을 보충한다는 것이지요.수박은 익으면 별 충격을 세게 안 줘도 쫙 하고 갈라집니다.사막의 수박도 그럴까요? 사자가 앞발로 한 번 툭 건드리면 갈라질까요?
광주는 한정식이 유명하다지만 워낙 비싸서 안 먹어본 광주사람들도 많습니다.무등산 수박도 마찬가지지요.나도 한번도 못먹어 봤습니다.광주 사람들은 무등산 수박 먹고 사니 좋겠다고 잘못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해요.예전에 서울이나 경상도에 살면서 무등산 수박을 먹은 사람들은 행세깨나 한 권세가였다고 합니다.올 가을부턴 나도 권세가 행세를 해볼까 생각 중입니다만 글쎄 잘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