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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선님의 서재
  • 새벽과 음악
  • 이제니
  • 16,200원 (10%900)
  • 2024-01-25
  • : 11,872
‘시와산책’ 을 통해 알게 된 말들의 흐름 시리즈의 마지막 열번째 책이 나왔다. 그동안 왜 ’음악‘이 키워드로 나온 적이 없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시리즈의 마지막 키워드로 너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니 시인의 책은 처음이었는데, 시와산책 만큼, 내 최애 책인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만큼 좋은 책이라고 느꼈다. 작년에 읽었던 배수아 작가의 책 ’작별들 순간들‘이라는 제목을 빌려오고 싶을 만큼 작별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 영원히 잡을 수 없는 순간을 잡으려고 끝없이 노력하는 이야기로 가득했다. 그 안에 담긴 시론, 글쓰기론을 통해 삶을 대하는 태도를 정리할 수 있게 한다.

✍️
굴쓰기에서 얻을 수 있는 구원이라면,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고통과 상처를 직시하는 순간에 얻을 수 있는, 그 순간과
정면으로 맞부딪침에서 오는 벼락과도 같은 충돌의 순간,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의 상처가 무엇인지를 알게 되는 바로 그 순간의 불빛에 있는 것은 아닐까.

내 고통과 상처를 정면으로 맞서서 내 내면을 바라보다보면 나도 내 문장을 갖게 될까. 그 순간 구원을 얻을 수 있을까.

✍️
사포의 시의 한 구절이기도 한 그의 말은, 가닿기 어려운, 드높은 음악의 자리를, 오랜 세월 수련을 통해서만 간신히 가닿을 수 있는 음악과의 합일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가 연주한 것은 음과 음이 아니라 음과 음 사이의 침묵이었다는 것을. 그가 들었던 것 또한 음과 음의 이어짐이 아니라 음과 음이 사라지기 직전의 궤적에 얹힌 내면의 목소리였다는 것을.
p165

✍️
이 숲의 숨막힐 듯한 웅성거림이 누구의 것이냐고 들리지 않는 목소리가 묻는다. 나는 말한다. 나무의 것만은 아닐 거예요, 나무 그 자신만의 것은. 우리가 우리 자신만의 것이 아니듯이. 이것이 이 숲의 비밀이다.
p227

이 바다가, 다시 밝아오는 이 새벽의 빛이, 누구의 것이냐고 누군가가 묻는다. 나는 말한다. 바다의 것만은 아닐 거예요, 바다 그 자신만의 것은. 우리가 우리 자신만의 것이 아니듯. 이것이 이 섬의 비밀이다.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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