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곰돌인데님의 서재
  • 여자에 관하여
  • 수전 손택
  • 15,120원 (10%840)
  • 2025-07-31
  • : 24,755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를 봤다. 20년전 우리는 영화 속 인물인 앤해서웨이와 닮아 있었다. 꿈 많았고, 의욕은 넘쳤지만 경험은 부족했고, 실수투성이에 늘 불안했다. 어느덧 시간은 흘렀고, 이제 영화 속 그녀도 20년이 지난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를 지켜보는 우리도 그 만큼의 세월을 흘려 보냈다.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흘렀지만, 그 시간을 보내온 우리의 모습은 더 많이 달라져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우리가 가졌었던 꿈은 우리의 생각과는 달랐고 다른 방향으로 흘러 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여전히 꿈꾼다. 

  영화의 여운만큼이나, 우리는 영화 속 등장인물과 동일하게 우리에게서도 흘러간 20년의 시간에 대해 반추하는 시간을 가졌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두 주인공 메릴 스트립과 앤 해서웨이로 옮겨 갔다. 우리 나라를 방문한 두 사람의 인터뷰 내용까지 우리의 수다 주제가 되었다.

    커피가 바닥을 보여 물을 한 잔 받아오면서 그 인터뷰(정확히는 유재석의 유퀴즈)에서 메릴 스트립이 한 말에 대한 이야기로 전환 되었다. "여배우는 나이 40이 정점이다. 그 이후는 비중이 점점 줄어든다.' 그리고 언제부터 배우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냐는 질문에, 어릴 때 UN을 방문한 적이이 있었는데 여성 통역사들을 보면서 멋지다고 생각했다. 당시 시대의 여성은 간호사나 선생님 정도가 되어야 하는 (그런 꿈을 꾸어야 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게 그때 사회의 통념이었다.' 라는 말이 이어졌다. (정확히 이런 말은 아니고 대략적으로 이런 뉘앙스의 말로 기억된다)

  

  우리는 현재의 여성에 대한 사회의 통념이 그리 많이 변한 것은 아니다라는 의견과 많이 변했다라는 의견으로 갈렸다. 이런 이야기는 또다시 젠더와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로 연결되었다. 그렇게 우리의 이야기는 페미니즘하면 빼놓을 수 없는 수전 손택으로 귀결되었다. 그리고 얼마 전 알라딘에서 구입한 그녀의 책 '여자에 대하여'로.

 


 


  수전 손택의 생각은 여전히 유효한 듯 보인다. 책 내용 중 수전 손택은 여성의 나이듦은 남성과는 달리 대략 50무렵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고 말한다. 신체적인 변화와 정신적 변화 뿐만 아니라 여성이 그동안 여성으로서 살아오다가 순간 다른 성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즈음에 여성은 나이든 남성과는 달리 (남성은 나이가 들어도 남성의 성적인 매력을 다른 것들 즉 사회적 지위, 돈 등으로 충분히 치환할 수 있지만) 여성의 성적 가치를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타의에 의해 말이다. 사회는 (남성 중심인 사회는 남성의 시작각이 대세가 되고 더 존중되는 것처럼 여겨지므로) 나이 든 여성에 대해 더이상 가치 부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메릴 스트립이 말했던 여배우의 나이는 40까지인 것 같다 그 이후의 역할은 비중이 확연히 줄어들거나 엄마 역할 정도라고 말했던 부분과 일맥상통한다.

 

  표현이 좀 과격하지만, '여성 해방 투쟁'이란 문구는 내가 대학생 시절에 학교 자보판에 항상 걸려 있던 문구였다. 사실, 인간은 남성과 여성 구분을 떠나 수천년간 지배, 피지배의 관계에 빠져 있었다. 힘이 있는 자가 힘이 없는 자를 지배하고 종속시켜왔다. 피지배자들은 지배자들의 생각이 옳은 것인냥 무조건적으로 순응해야 했고 거부했을 시에 치러야 하는 댓가는 상상 이상이었다. 남성과 여성의 근본 관계와 인식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그런 차별적, 종속적 인식을 타파하는 것이 '여성 해방 투쟁'의 근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우리의 이야기의 귀결은, 여기에 하나의 문제가 더해진다는 것이었다. 즉, 나이듦 말이다. 다시 말해, 시간은 여성의 편이 아니라 남성의 편에 가깝다는 것이다. 여성은 특정 시점에 여성을 잃어 버린다. 물론 그것이 훨씬 더 좋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성이 이런 변화를 겪으며 혼란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여성은 진보하기보다는 퇴보한다. 대부분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것에는 여성의 실질적 능력 저하보다는 사회의 기대가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나이든 여성은 사회적으로 큰 쓸모가 없다고 여기는 것이다. 무언가((이 때의 무언가는 사회를 발전 시키는 이론이나 기술적 측면)를 배우기에도 늦었고, 발전 가능성도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고, 그런 지배적 인식들이 나이 든 여성을 스스로 일어서서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

 

우리는 나이 든 엄마가 무언가를 배운다고 하면 찬성한다. 그동안 가족을 위해 희생된 엄마의 시간을 되찾아 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하지만 엄마가 원하는 것이 20대 때의 그 꿈과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우리는 현실적 이유로 무리라는 판단을 내린다. 그렇게 엄마는 다시 말해 나이든 여자는 사회적 판단에 귀속되어 자신이 해야 것을 사회적 틀에 끼워맞춘다. 누군가는 이것이 옳지 않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스스로 그렇게 결정 내리는 것과 사회적 틀에 갇혀 그렇게 결정할 수밖에 없는 것의 차이는 다른 것이다.

 

<이제야 수전 손택을 제대로 읽는다>

 

  누구든 그 상황이나 입장에 서보지 않으면 오롯이 이해할 수 없다. 수전손택의 글도 그렇다. 그녀가 말한 여성의 나이듦에 대한 소해는 그 나이가 되어보지 않은 여성은 실감할 수 없는 것 같다. 단순히 갱년기 증상에 대한 호르몬 영향이라 가볍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건 절대 그런 것이 아니다. 수전 손택은 여성 그리고 여성이라는 인간에 대해 말하고 있다. 남성과 여성의 간극을 길이와 깊이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더 나아가 그 간극을 좁히고자 하는 것이다. 이건 남성을 역차별하고 여성을 위한 즉 여성이 주인이 되어 남성을 종속화시키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여성과 남성은 인간이라는 측면에서는 완벽하게 동일하지만 '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완전히 다른 존재이다. 그 다름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커진다. 어릴 적 여성은 남성과 거의 동일하다 신체적 능력 또한 그렇다. 하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남성은 여성보다 월등히 강해진다. 신체적 능력에서도 그렇고 사회적 인식과 대우 그리고 나아갈 수 잇는 공간 마저도 넓어진다. 그렇게 여성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약을 받게 된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고 그 속도 또한 엄청나게 빨라졌지만 그래도 여성은 여전히 갇힌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일부 남성은 역차별이란 말로 이런 여성들의 외침 마저도 외면한다.

 

  <악프2>가 차갑고 냉철하고 절대 변할 것 같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던 권위적인 상사와 모든 가능성에 도전해보자 그런 벽을 깨부수고자 했던 신입 사원의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면 수전 손택의 <여자에 대하여>는 너무나 굳건한 사회의 틀(벽) 즉 남성의 권위주의와 가부장적 사회 구조에 대한 도전의 글이다. 두 이야기를 하나로 보면, (관념적으로 말이다) 일맥상통하는 구조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재미 있는 건 <악프2>의 권위주의의 상징인 매릴 스트립은 남성이 아닌 여성이라는 것이다. 여러 상징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고, 그런 해석들이 가능한 부분이지만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우린 살아가면서 (살아오면서) 많은 벽을 만난다. 그 벽들의 대부분은 너무나 단단하고 오랜 세월을 버텨 왔다. 누군가는 부딪히라 말할 테고, 누군가는 순응하라 말할 것이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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