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곰돌인데님의 서재
  • 화이트홀
  • 카를로 로벨리
  • 16,200원 (10%900)
  • 2024-09-01
  • : 13,782

읽을 책을 고를 때 드는 생각이 있다. 

현재의 내 생활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책 예를 들어 수험서나 자격증 취득서 혹은 음식, 취미 생활 등 읽고 나서 바로 현실에 적용이 가능한 책들 그리고 그 반대개념으로 현실에서 즉각적인 도움은 되지 않지만 나의 정신을 맑게 해주고 미래를 생각하게 해주는 책들인지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생각으로 보면, 후자에 속한다.  사실, 화이트홀이나 블랙홀이니 하는 건 내가 살고 있는 지구 즉 다시 말해 내가 벗어날 수 없는 지구 환경과는 정말 무관한 사실들이다. 내 기대 수명을 생각해도 마찬가지다. 우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니 우리 지구가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는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나와는 1도 상관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이트홀>이란 책을 구입했고, 읽게 되었고, 빠져 들었다.  이 책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저자인 카를로 로벨리이다. 그의 전작인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모든 순간의 물리학>,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를 읽고 무척 감명을 받았다. 그리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의 하루하루 지루하게 반복되는 삶에 뭔가 한줄기 빛처럼 그 책 하나가 나의 삶을 밝혔다. 그때서야 깨달았다. 그래 우리의 삶이 단순히 현실적인 먹고 살며 생존하는 문제에만 천착된다면 과연 살아갈 가치가 있는 걸까하는 조금은 철학적이고 담론적인 질문 말이다.



이 책은 단순한 물리적 지식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저자인 카를로 로벨리의 전작이 그러하듯  이 책 역시 철학적인 요소를 많이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위해 준비(?)해야할 물리적 지식은 없어도 된다. 물론 그런 지식이 조금 있다면 도움은 된다. 어쩌면 이런 생각은 나의 착각이거나 편견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적어도 이 책을 통해 화이트홀에 대한 물리적지식을 얻고자 하지도 않았고 얻지도 않았다. 책의 첫장을 펴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나는 오롯이 화이트홀과 블랙홀의 대비적 관점 그리고 그것이 동일선상에서 대척점에 존재한다는 담론적 측면만을 생각했다. 


이 담론은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다. 우리 인간이 우주와 연결되어 있고, 맞닿아 있다는 생각은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하고 있을 듯 하다. 우리 인간의 몸이 우주만큼 복잡하고 여전히 미지의 영역인 것처럼 말이다. 세포학을 공부하다 보면 우리 인간의 몸은 정말 우주의 저 넓은 공간 보다 넓고 복잡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닮은 듯 다른 세포들이 인간의 몸을 지탱하고 바꾸고 한다. 우주의 별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며 우주라는 공간을 꾸미고 있듯이 말이다.  카를로 로벨리는 앞서 언급한 전작들을 통해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왔다. 아인슈타인으로 대변되는 상대성이론을 쉽게 설명해주고 요즘 대세인 양자역학을 그것과 비교하며 물리적 지식을 아주 쉽게 풀어준다. 전작들을 통해 알게 된 지식은 이 책을 읽는데 바탕이 된다. 


공간의 휘어짐은 중력이라는 힘으로 이어지고 이 힘은 결국 우주의 천체를 끌어당기고 밀어내는 작용으로 귀결된다. 그 흡입점에 블랙홀이 존재하고, 그 방출점에 화이트홀이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 인간이 블랙홀에 가본 적도 없고 그것을 가까이서 관찰해본 적도 없다. 지금의 관측과 가설은 모두 멀리서 망원경으로 관찰한 빛과 행성의 움직임으로 추측해 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믿지 못할 사실로 치부할 수는 없다. 이 책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우리 인간은 아무런 과학적 장비가 없던 수천년전부터 우리의 눈 만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천체의 움직임을 기록하고 그 사이의 연결성과 관계성을 계산해내었다. 너무나 신기하게 그 추측들은 현재의 과학으로 증명되고 있고 대부분은 맞아떨어진다. 이처럼 인간의 직관성은 앞서 언급한 '인간= 우주'라는 개념을 좀 더 공고하게 만든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하면 우주를 탐험하고 연구하는 것은 결국 인간을 탐구하고 연구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난 이 책을 우주를 생각하면서 나 자신을 들여다 보는 책으로 생각하며 읽었다.  나 자신 = 우주,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화이트홀과 블랙홀에 대해 생각해봤다. 내가 빨아들이고 있는 현실적인 상황들과 밀어내고 있는 상황들 그리고 친하게 지내는 지인들과 배척하는 사람들 그들을 생각하는 일종의 생각의 선이 결국은 하나라면 (이 책에서 말하는 화이트홀과 블랙홀이 하나의 선상에 존재한다는 물리적 현상처럼 말이다) 나의 생각은 편견이나 취향이라고 말하기 보다는 자연스러운 밀어냄과 받아들임의 선상에 존재하는 일종의 자연 현상일 뿐인 것이다. 나의 생각에 여러 측면이 존재하고 그것이 소위 상황이라는 것에 맞게 달라지듯 말이다. 우리가 고정적으로 가지려는 그래서 그것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이런 생각들은 오히려 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  다시, 물리학으로 돌아가자.  물리학적 측면을 생각해서 이 책을 읽으면 이 책에서 말하는 우주적 현상 중 화이트홀과 블랙홀은 정말 우리의 이론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도, 제대로 설명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천체물리학을 설명할 때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가장 중점적으로 들여다 본다. 그것이 어쩌면 우주의 탄생과 소멸과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주가 빅뱅으로 탄생되었다는 것은 지금의 정설이다. 그리고 빅뱅의 힘이 블랙홀이 가진힘과 화이트홀이 가진 힘으로 해석된다. 우리가 우주의 탄생을 들여다 보는 이유는 행성과 항성의 움직임 그리고 상호작용이 바로 별의 탄생과 소멸이라는 점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별의 탄생은 우주의 탄생을 작은 단위 측면에서 보여주는 상황이다. 뭉치고 에너지를 얻고 팽창하고 폭팔하고 소명하고 다시 뭉치고 하는 과정들 말이다. 우리의 상상력이 우주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듯이 우주에서 벌어지는 물리적 현상을 우리는 이해할 수 없다. 현재로선 그렇다는 말이다. 우리가 그것들을 오롯이 이해하려면 우선 우주 밖으로 나가야 한다. 그리고 관측하고자 하는 행성과 항성 가까이 갈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현재 과학적 기술로는 절대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래서 이 책의 화이트홀에 대한 설명은 결국 가설일 뿐이다. 아무리 논리적인 물리적 지식으로 설명되었다 해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책을 읽고 생각해야 한다. 뉴턴의 사과가 우리에게 중력이라는 힘을 생각하게 했고, 그 중력이란 힘이 결국 공간의 휘어짐으로 이어지면서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공간과 시간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되었다. 이제 해체라는 단계까지 생각하고 소멸과 생성 그리고 분해와 결합이라는 공상과학에 나올만한 이야기들을 양자역학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며 화이트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그동안 비교적 잘 알려져 온 블랙홀은 조금은 부정적 단어였다 즉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소멸적 측면이 강조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 써진 대로라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간 물질이 모두 소멸되거나 분해되었다고 볼 수만은 없다. 저자인 카를로 로밸리의 말처럼 블랙홀로 빨려들어간 물질이나 물체를 본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관측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저 우리의 시야에서 관측에서 사라졌으니 소멸로 보는 것일 뿐이다.  소멸이 아닌 생성,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화이트홀이다. 블랙홀로 빨려들어간 물질과 물체는 대척점에 있는 화이트홀을 통해 나올 수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블랙홀이 반드시 존재하듯 화이트홀도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현재까지의 물리적 지식과 관측으로 보면 그 둘은 같은 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주 먼 훗날의 일이지만 우리 지구도 소멸한다고 한다. 블랙홀로 빨려들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먼 훗말에는 화이트홀을 통해 다시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블랙홀 속의 그 공간을 잘(?) 통과만 한다면 말이다. 


이런 생각으로 이 책을 덮을 때쯤에는 소위 희망이라는 것이 생겼다. 어릴적부터 과학시간에 우리의 지구는 물론 우리의 우주는 언젠가는 모두 소멸할 것이란 말을 들었다. 정말 먼 훗날의 일이라 생각할 고민할 가치가 없다는 선생님의 말씀이었지만 그래도 소멸할 곳에서 나는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기분이 좀 좋지 않았다. (물론 우리 인간의 생명 또한 유한하지만 ) 그런데 이 책은 화이트홀을 통해 모든 물질이 다시 밖으로 나올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 반대급부로 책을 덮는 순간 묘한 기분 좋음이 느껴진다.  이 책을 읽다보면 동양적 철학과 불교적 개념이 등장하는 걸 볼 수 있다. 불교를 잘 모르지만 공즉시생 생즉시공이란 말은 알고 있다. 이 말을 여기에 적용해보면 묘하게 딱 맞아떨어진다. 블랙홀과 화이트홀은 반대의 개념이지만 그 두 개념은 결국 하나의 선상에 놓인 같은 개념이 아닐까 한다.  


끝으로, 이 책 <화이트홀>은  물리적 지식이 없이도 참 쉽고 재밌게 읽히는 책이다. 더불어 우주에 대한 그리고 인간, 자기자신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  이제 천천히 여름과 이별하고 있는 시간이다. 가을이 오면 한 번 더 이 책을 펼쳐볼 생각이다. 그렇게 이 책을 덮을 때쯤이면 청명한 가을 하늘을 보며 우주에 대해 그리고 나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려 한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