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글쓰는 동물
  • 안락
  • 은모든
  • 9,000원 (10%500)
  • 2018-12-12
  • : 599

「 마음을 흔들어 놓는 건 언제나 아주 작은 것이었다. 」

이 책은 이번에 아르테 책수집가 활동을 하면서 받은 책인데, 아껴서 읽다 보니 이제야 블로그에 글을 올리게 되었다. 몹시 반성중이다. 2주 내에 써야 했는데, 생각보다 책이 (얇은 겉모습과는 달리) 깊이가 있어서 두 번 읽으며 곱씹느라 시간이 더 걸렸고, 거기에 이 책을 도대체 어떻게 내 말로 온전히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으로 더 시간이 늦어버렸다. 그래도 그만큼 좋아서 망설였다는 것은 좋은 게 아닐까?

여튼 더 망설이다가 영영 못쓸 것 같아서 간략하게 올려보는, 소개글이자 추천글.

먼저 간략한 줄거리를 설명하자면, 시공간 배경은 2018년으로부터 먼 미래의 서울이고, 주인공인 '지혜'는 학교에서 영양사 선생님으로 일을 하고 있는 여성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그녀의 할머니의 '존엄사'결정을 위주로 이뤄지고, 지혜는 할머니를 보내는 손녀의 마음을 보여주면서도 그 사건이 가족에게 가져오는 여파들을 전달하는 하나의 매개체의 역할을 한다.

할머니의 세 딸은 모두 할머니와 다른 관계 속에 존재하며, 할머니의 결정에 극명히 다른 반응을 보여주는데, 여기에서 작가는 과하게 신파조가 아닌 담담한 어투를 유지하면서도 할머니의 마음을 이해하는 '손녀'의 마음을 잘 담아냈다.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주인공인 '지혜'는 왜인지는 몰랐지만, 늘 그래왔던 '문제'들을 풀어나간다. 할머니와 세 딸은 그렇게 서로의 '정해진 이별'을 앞두고 서로의 관계를 정리해 가는데, 이야기 속에서 그들은 어쩌면, 그 누구보다도 가장 성숙해져간다.

이 책도 그렇고 다음 소개 할 작은책 '인터네셔널의 밤'도 그렇고 겉으론 '작은 책'이라는 탈을 쓰고 있지만, 전혀 작지 않다. 무겁고 가득 찼다. 내용이던 생각이던.

아무래도 가족과 관련된 이야기이면서도, 우리 모두가 생각해볼만한 이야기이기에 계속 책을 읽는 중간에 과연 나라면? 이라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되었다.

과연 나라면 어느 순간에, '아 이정도면 다 살았다!'하고 놓고 떠날 수 있을까?

과연 나라면, 떠나는 사람을 웃으며 보내줄 수 있을까? 아니면 나도 '난 어떡하라고!'라고 붙잡을까?

겉으로 '그래 잘가-'하는 것 말고, 그 사람이 그러한 결정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들을 다 이해하고 진심으로 웃으며, 할머니가 원했던 것처럼 잔치 치르는 것처럼 웃으며 안녕-을 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이런 이야기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때론 그 누구에게도 공감받지 못할 나만의 마음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가끔은 이런 것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이별'이란 게 어느 순간 사고처럼 다가와서 더 슬픈 게 아닐까, 끝이 정해져 있다면 혹은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다면 우린 조금은 더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였다.

물론 세상에 온전히 아름답고 모두가 후에 웃으며 추억할 이별이 어디있겠냐만은.


(...) 사방에 핏방울이 튀도록 한 만행까지도 깨끗하게 기억이 없다니. 그보다 더한 일이 벌어지더라도 조금도 기억하지 못할까. 할머니가 맞이하는 죽음이란 이렇게 고통도 기억도 일순간에 지워지는 과정인 것일까. 그럼 그다음은 어떤 게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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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까지 아홉 시간이 남았다. 그런 식으로 시간을 셈해본 것은 처음이었다. 편안하게 보내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할수록 긴장이 됐고, 그러자 시간이 몇 배는 빠르게 지나가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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