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에서 작가는 이 작품을 용서에 관한 이야기들이라고 소개한다. 여기서 말하는 용서는 종교에서 말하는 너그러운 마음의 용서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그와 반대로 용서받지 못할 짓에 대한 강요된 용서, 용서를 빌어야 할 자와 용서를 해야 할 사람이 뒤바뀐 용서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너무 쉬운 용서에 길들지 않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작품 속 <죽음의 교실>, <감옥>에 대한 이야기들은 강렬한 표현을 통해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학교 폭력과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과거사 문제를 떠오르게 한다.
이 글은 배수아 작가의 번역으로 많이 알려진 제발트, 이글라야 패터라니, 페르난두 페소아,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작품에서와 같이 약한 고리로 연결된 분절된 이야기들을 통해 삶과 이웃과 사회를 다시금 진지하게 돌아보게 한다.
진지한 독서, 가치 있는 독서, 깊이 있는 독서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잘 맞는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