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노트
2025년 8월 31일
제목: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세상에서(서유기에서 귀멸의 칼날까지)
근래 들어 넷플릭스의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일본의 애니 〈귀멸의 칼날〉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오니 즉 도깨비와 요괴가 사람들을 해치고, 그들이 속한 집단이 그것들을 멋지게 무찌른다. 걸그룹 헌터스와 귀살대(鬼殺隊), 이름은 달라도 핵심은 멤버들의 소속감이다. 많은 이들이 그들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나 또한 저들과 함께 도깨비를 무찌르고 싶다는 열망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원형은 서유기 속 삼장법사와 손오공 일행과 다르지 않다. 서천을 향하는 길 위에서 그들은 늘 요괴와 맞서 싸웠다. 손오공은 여의봉을 휘두르고, 72가지 변신술로 저팔계는 삼지창으로 사오정은 반월 창으로 요괴를 제압했다. 오늘날 귀살대의 기둥(주)들이 호흡에 의한 검술이나, 걸그룹 헌터스가 춤과 노래로 펼치는 굿판 역시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그렇다면 현실에 도깨비가 정말 있는가?
있다.
서로를 요괴라 부르며 끝없이 다투는 정치판 말이다. 다만 모습은 바뀌었을 뿐이다.
끊이지 않는 당파싸움, 허깨비를 만들어내던 조선의 사화와 쇄국정책이 모두 그 예다. 구한 말의 조선은 제너럴 셔먼호를 불로 태우고 병인, 신미양요 같은 서양 오랑캐를 물리쳤다는 자만과 동시에 세상의 흐름은 놓쳐 버렸다. 그에 반해 일본은 흑선의 충격을 받아 보신전쟁(1868)으로 봉건을 청산하고 근대를 열었다. 같은 시기, 우리는 내부의 허깨비와 싸우느라 정작 진짜 도깨비와는 맞서지 못했던 것이다.
일본의 메이지 유신 뒤에도 라스트 사무라이들과 신정부의 서남전쟁(1877)이라는 내전을 치렀고 우리 조선은 동학혁명(1894)으로 몸부림쳤다. 그러나 양국에서 흘린 내전의 피는 서로 다른 열매를 맺었다. 일본은 근대화로 이어졌고, 조선은 식민지라는 비극으로 떨어졌다.
역사는 늘 도깨비와 허깨비가 얽힌 싸움의 연속이었다.
오늘날 내가 지지하는 정당은 정의이고 상대당은 도깨비 같은 요괴 무리로 취급한다. 사실은 우린 여전히 허깨비와 싸우는 중이다.
진짜 도깨비는 여전히 곁에 놔두고 말이다. 관세, 환율, 미·중 패권, 가짜 뉴스, 양극화—그 모든 것이 현대판 요괴들이다.
서유기에서는 손오공의 여의봉 하나로는 모든 요괴를 이길 수 없었다. 삼장 일행이 함께 힘을 모아야 했다. 귀멸의 칼날도, 케이팝 헌터스도
마찬 가지다. 귀살대가 호흡을 맞추고, 걸그룹 헌터가 춤과 노래를 합주하듯이, 이제 우리도 함께 리듬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서유기와 귀멸, 케데헌에 이끌리는 까닭은, 함께 맞서야 할 요괴들을 무찌르며 길을 나섰던 기억이 집단 무의식 속에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동양 삼국은 그 기억을 누구보다 깊이 간직해온 운명일지 모른다.
도깨비는 사라지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도깨비와 허깨비의 구분뿐만 아니라, 어떻게 함께 도깨비를 무찌르느냐다. 이상하고도 아름다운 도깨비 세상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것은 허깨비와의 다툼이 아니라 진짜 도깨비와의 싸움 끝에 손에 쥐는 보배다.
그 보배는 다름 아닌, 각자 가슴속에 품어야 할 행복이라는 여의주가 아닐까?
이상하고 아름다운 허깨비 같은 세상, 그대 도깨비가 보이는가?

🖋 Dharma & Mahe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