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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데리안의 서재
  • 중국이 쳐들어오면 어쩌지?
  • 왕리.선보양
  • 19,800원 (10%1,100)
  • 2025-10-02
  • : 675

지난 10월 경주APEC에서 돈 많고 만만한 동맹국들 단단히 털어먹을 궁리로 왔다가 뜻밖의 신라 금관을 득템하고 입이 귀에 걸린 트황제. 어지간히 기분이 좋았는지 일본에게도 허락하지 않았던 금단의 테크트리인 핵잠을 해금해주고 갔다. 우리로서는 그야말로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자 오랜 숙원이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핵잠은 핵무기는 아니지만 항모에 버금가는 바다의 전략무기다보니 당장 주변국들이 발칵 뒤집어졌다는.

핵잠을 가진 나라는 5대 상임이사국 외에 자기 동네에서 짱 먹는 인도 정도이다. 북한이야 인간의 상식으로 가늠 불가한 우주적 존재이므로 논외이고. 전임 수령님이 신통력으로 솔방울을 총알로 바꾸었다는데 통나무로 핵잠을 못 만들겠음? 김씨 왕조는 뮤던트인가.


물론 정치적 파장이 큰 핵잠의 특성상 첫 관문을 겨우 통과했을 뿐, 김치국부터 마시기에는 너무 이른지도 모른다. 트럼프의 기분 한번 맞추어주었다고 한들 그 변덕스러운 영감이 언제 꼬장을 부릴 지 모르는데다, 실제로 보기까지 앞으로 숱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을테니 말이다. 어쨌든 우리 사회의 유별난 핵 로망은 둘째치고라도 1990년대만 해도 동북아에서 최약체 해군으로 배수량 150톤의 돌고래급 잠수정이나 굴리다가 1200톤급의 독일제 209 잠수함을 도입하여 처음으로 잠수함다운 잠수함을 가지게 된 것이 불과 30년 전이다. 주변국들로서는 실로 괄목상대이자 격세지감이라고 할 듯. 그런데 그런 게 탐탁잖은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전 정의당 의원이자 정욱식씨와 더불어 국내 대표적인 반핵 평화 전문가를 자처하는 김종대씨가 지난 10월 31일 한겨레에 기고한 칼럼에 따르면 "핵잠은 우리 분수에 맞지 않은 시대착오적인 무기"라고 말한다.

실로 단세포적인 발상이다. 이 양반의 뇌내 시계는 아직도 30년 전에서 멈추어 있는 모양이다. 우리는 더 이상 지구 변방의 존재감 없는 나라가 아닐 뿐더러, 우즈벡이나 부탄, 몽골과 달리 우리 생명줄은 전적으로 바다를 통한 해외 수출에 달려 있다. 더욱이 트럼프 복귀 이후 서 태평양에서 미중일 갈등이 나날이 고조되는 주변 상황은 강대국들끼리 해결할 몫이지 우리같은 약소국이 주제넘게 끼어들 수 있냐면서 타조마냥 머리를 땅에 처박고 현실도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 양반의 불만은 비싼 세금으로 핵잠 따위를 만들어봐야 중국을 봉쇄하려는 미국의 첨병 노릇만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겠지만 그렇다고 대한민국이 다른 동네로 이사가지 않는 한 좋건 싫건 여기에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이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는 법이며 그동안의 우리가 미국의 수혜를 공짜로 누린 게 아닌 것처럼 미국 역시 우리에게 뭔가를 요구하려면 그만한 댓가를 내놓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핵잠 개발에 도전하는 것은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거래할 나름의 카드를 가지기 위함이지 단순히 돈지랄이나 무슨 절대 병기이기 때문이 아니다. 핵잠 한 척이 전쟁의 판세를 바꾸지는 못해도 그게 있는 것과 아예 없는 것은 엄연히 다르니까 말이다. 평소에 반미 자주국방을 부르짖는 좌파라면 오히려 미국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발이라며 앞장서서 반기지는 못할 망정 이렇게 초 치는 소리를 하는가 싶다.

과거에 우리 사회에서 밀리터리란 그 분야에 종사하는 소수 전문가들의 전유물일 뿐, 일반인들이 관심을 가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휴전국가로서 전쟁의 위험이 상존하고 오랜 군부 독재로 사회 구석구석에 그 잔재가 남아 있으며 대다수 남성들이 의무 복무로 군대를 체험하는 나라치고는 독특한 현상이랄까. 오히려 너무 잘 알기에 본능적인 거부감으로 이어졌는지도 모른다. 원래 인간이란 미지의 세계에 호기심을 품는 법이고 '덕후 중의 덕후는 양덕'이라는 말마따나 군대 안 가는 놈들이 군인 흉내와 군복 코스프레에는 더 열심이다.

손수 만든 군복과 소총으로 나폴레옹 전쟁 시절의 전열보병을 재현하는 양덕들. 이 정도 퀄리티면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선 듯. 그보다 휴일날에 하라는 집안일 안하고 자기들끼리 모여서 이러고 노는데 가만히 내버려두는 마눌님들이 더 대단한지도. 이미 포기했나.


그런데 요 근래에 와서 분위기가 꽤 달라졌다. PC통신과 인터넷의 보급 덕분에 누구나 원하는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도 이른바 '밀덕'이라고 관련 학위와 경력이 없는 일반인이면서 직업적인 사람들보다도 더 박식한 아마추어 전문가들이 등장했다. 유튜브에서는 전쟁사를 다룬 컨텐츠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TV 프로그램에서 저명한 밀덕이 게스트나 고정멤버로 출연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본다. 네이버 카페에는 어떤 주제를 놓고 매번 밀덕들끼리 피터지는 논쟁이 벌어지기 일쑤이다. 전쟁사는 더 이상 썩은 고인물이 아니다. 과거의 일방적이고 천편일률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참여하여 각자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자신만의 의견을 개진한다. 모두가 전문가인 시대가 된 셈이지만, 한편으로는 검증되지 않은 얘기가 인터넷을 통해 함부로 난무하고 대중은 사실 여부보다 자극적인 소리에 더 쉽게 빠져든다는 점이다. 여기에 정치권이나 언론, 소위 전문가들까지 가세하여 여론을 자기네 입맛대로 조종하려 든다.

당장 북한에 대해서도 온갖 '썰'이 난무한다. 대개는 사실과 허구를 적당히 섞어서 북한의 군사력을 터무니없이 과장하는 식이다. 제2차 세계대전 시절에도 구식이었던 북한의 AN-2 복엽기는 어느 순간 스텔스기로 둔갑하여 남한 여기저기에 특수부대를 침투시켜도 대응할 방법이 없다느니, 휴전선에 늘어선 북한의 장사정포는 서울을 한순간에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다느니, 언제는 북한의 압도적인 머리수를 그토록 강조하더니 핵무기가 등장한 뒤에는 우리가 아무리 재래식 전력에서 우세해도 핵 한방이면 무용지물이라고 단언한다.

이런 왜곡된 정보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을 겁주고 대중의 관심을 끌 수는 있을지 몰라도 대부분 근거가 빈약할 뿐더러, 그래서 어쩌라는건가 싶다. 혹자는 상대를 과장해야 우리가 긴장을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어쩌구하겠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북한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과 패배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엄연한 이적 행위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프랑스가 패배한 가장 큰 이유가 독일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이었다. '지피지기이면 백전불퇴'라는 손자병법의 유명한 격언마냥 중요한 것은 과소평가도, 과대평가도 아니라 적을 정확히 아는 것이다. 그래야 제대로 된 대응책도 나온다. 그럼에도 군이나 학계 전문가들이 나서서 안보에 하등 도움 안 되는 헛소리들을 바로잡고 국민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보다 입을 다무는 게 현실이다. 그쪽이 자기들한테는 더 이득이라고 여기는 것인지, 아니면 그들 자신도 잘 모르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글항아리 출판사에서 밀덕이라면 아주 흥미롭게 읽을 책이 나왔다. <중국이 쳐들어오면 어쩌지?>라는 뭔가 아동틱한 느낌의 이 책은 오늘날 타이완인들에게 가장 큰 위협인 중국의 타이완 침공을 다루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안절부절하는 제목과는 정반대로 중국 위협론이 타이완인들의 막연한 걱정마냥 그리 겁낼 일은 아니라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한마디로 타이완은 강하다는 것. 저자는 왕리라는 블로거. 찾아보니 원래는 이과를 전공한 과학 교사인데 전쟁사가 좋아서 이쪽 분야에 뛰어든 밀덕인 모양. '왕리의 제2차 세계대전 연구소(王立第二戰研所)'라는 블로그에서 제2차 세계대전을 비롯하여 다양한 전쟁사를 연재하는 중. 그 바닥 밀덕계에서는 나름 유명인사라고. 이 책 또한 타이완 군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은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그런데 왕리라는 이름으로는 아무리 검색해도 안 나오고 정작 타이완쪽 신문에는 선보양 타이베이 법대 교수(沈伯洋, 오른쪽)와 민진당의 MZ 정치인인 린빙유(林秉宥, 왼쪽)라는 사람이 공동저자라고 나온다. 왕리는 필명이고 린빙유가 본명인가. 그런 것도 아닌듯.


전체 GDP가 대한민국 국방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북한을 상대로도 '필패' 타령하는 사람들이 있는 판국에 하물며 체급 자체가 차원이 다른 중국이 타이완을 친다면 미국의 개입 없이는 시작하자마자 게임 끝이라는 게 열이면 열 공통된 대답일 것이다. 저자는 이런 관념이 막연한 공포심이며 중국의 선전매체들과 여기에 동조하는 세력들이 타이완인들에게 패배주의를 심어주기 위해 만들어낸 근거없는 환상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그럼으로서 중국은 싸우지도 않고 지레 겁을 먹은 타이완인들을 손쉽게 굴복시켜 양안을 통일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무력 사용에 앞서 일종의 비대칭 전략으로서 선전선동과 반간계로 적을 분열시키고 내부에서 무너뜨리는 것은 공산주의자들의 오랜 수법이기도 하다. 요즘은 그것을 <초한전(超限戰)>이라고 부르면서 중국의 새로운 미래전인양 포장한다고. 저자는 인터넷 상에서 떠도는 이런 출처 불분명의 루머들을 자신의 풍부한 밀덕 지식을 근거로 예리하게 반박한다. 상당수는 타이완이 아니라 우리로 바꾸어도 그대로 통용될 정도.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군사 개념은 대부분 자신과 친구들의 군 복무 경험에 근거하며, 불합리한 훈련과 낡고 고장이 잦은 장비 등에 대한 기억에 쏠려 있다. 이러한 사람들에게 '국군은 원래부터 엉망이다.'라는 명제는 경험에서 나온 사실이고 이것은 되돌리기 대단히 어렵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징병제 군대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해보면 실전 경험이 없는 군대는 일반적으로 타이완 군대와 마찬가지로 엉망임을 알 수 있다. 인민해방군의 일반 부대도 똑같이 엉망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 p.23


모든 루머가 거짓으로만 꾸며진 것이 아니라 일정 부분은 사실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핵심적인 부분에서는 얼버무리거나 과장된 주장과 왜곡된 거짓으로 진실을 감추기도 한다. 거짓 속에 약간의 진실을 섞어 '3할의 사실과 7할의 허구'로 구성된 주장을 만들고 사람들이 그 '3할의 사실'과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가 일치한다는 느끼는 순간 나머지 '7할의 허구' 역시 진실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군사 지식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그 진위를 제대로 가려내지 못하고 쉽게 현혹될 수 밖에 없다. - p.33




현재의 교육제도는 그럴듯한 수치나 분석에는 쉽게 설득되면서 상식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사실은 하찮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군사 교육은 더 그렇다. 학교의 교관들은 현역 시절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해서는 상당한 식견을 갖추고 있지만 다른 병과나 군종에 대해서는 일반인 수준에 머물기도 하고 전혀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대부분 문외한이다. 현대 무기는 기술 수준을 매우 중요시한다. 타이완 군대 내에서도 국방대학 이공계 출신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군 간부는 공업 기술에 대한 이해가 없으며 그 기술 뒤에 숨은 의미에 대한 이해는 더 부족하다. - p.136


이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제1부의 '대표적인 타이완 침공 루머 파헤치기'이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무적이요, 타이완군은 허당"이라는 그간의 상식 깨뜨리기랄까. 여기에는 중국이 수천발의 탄도 미사일만으로도 몇 시간 만에 타이완을 굴복시킬 수 있다거나, 1천대가 넘는 구식 전투기들을 드론이나 심지어 인간 미사일로 사용하여 타이완 방공망을 무력화한다거나(캐스퍼 와인버거 전 미국방장관이 쓴 <넥스트 워>에서도 이런 내용이 나온다), 공수부대를 이용한 타이완 지도부의 참수 작전이라던가, 수천척의 어선으로 100만 대군을 일거에 타이완에 상륙시킨다거나, 민간 화물선으로 위장한 미사일 플랫폼으로 미 항모부대를 괴멸시킨다 등등 모두 대륙의 허장성세라는 것. 중궈의 허세는 중궈가 간파한다?

수천 발에 달하는 탄도미사일의 위협 앞에서도 타이완군이 패트리엇 미사일을 그와 비슷한 규모로 증강하지 않는 것은 그것이 비싸거나 구매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탄도 미사일이 생각만큼 압도적인 무기가 아니기 때문임을 독자들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군사 방어 체계이건 원가 대비 효율을 따지기 마련이다. 100억 타이완 달러를 투입해 위험을 50% 줄일 수 있다면 누구든 그 정도는 감수할 것이다. 하지만 위험을 고작 5% 줄이는데 그친다면 망설이게 될 것이고 줄어드는 위험이 0.5퍼센트에 불과하자면 그 막대한 금액을 기꺼이 쓰려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 p.54


J-6 전투기를 일회용 미사일로 개조하는 것은 효율이 너무 떨어진다. J-6의 속도는 간신히 음속을 넘는 수준이며 일반적인 미사일이 마하 2~3의 속도를 내는 것과 견줄 때 J-6의 관통력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미사일은 탄두를 목저에 따라 설계할 수 있지만 J-6은 본체가 매우 취약해 탑재한 미사일은 타이완 상공에서 뿌리는 정도밖에 사용할 수 없다. 게다가 그 위력도 기대만큼 높지 않다. 또한 원격 조정을 통해 무인기로 공격하려면 서로 주고받는 신호의 양이 많아져 기지국 한곳으로 다수의 기체를 동시에 조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일대일 조종 방식은 너무 비효율적이다. 다수의 기체를 동시에 조종하려면 개별 통제를 포기하고 전체 기체에 개괄적인 명령만 내려야 한다. 무엇보다도 타이완과 일정 범위 이상 떨어진 거리에서는 실전 테스트를 하지 못했으므로 인민 해방군의 무인기가 전시 상태의 전파 간섭 속에서 피해 없이 타이완까지 접근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 p.66


'모든 선박이 일제히 출동한다'라는 이른바 '만선제발(萬船齊發)' 시나리오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루머 중 하나이다. 현실적으로는 거의 실행 불가능한데도 오랜 세월 대중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엄청난 두력움의 대상으로 자리잡았다. 왜 이런 엉터리 루머가 사람들의 공포를 자극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앞서 언급했던 것들과 마찬가지로 이 시나리오 역시 전체 내용은 오류 투성이이고 실현 가능성이 없지만 일부 사실과 역사적 사례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 p.92


우리는 지금까지 중국의 창젠 순항미사일에 대해 정확하게 소개한 기술 자료를 본 적이 없다. 따라서 창젠 순항미사일이 얼마나 강한지 분석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분명한 점은 미국의 토마호크보다 더 정밀하다고 주장하는 글은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온라인에서 독자들에게 이야기했던 '중국 순항 미사일이 한번 휩쓸면 타이완 공군은 초토화된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검증된 바가 없으며 기술 자료도 없이 문서상의 숫자 놀음에 불과하다. 타이완의 원펑 미사일의 사거리는 1만 km에 달하여 베이징 구석구석을 타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그 말을 누가 믿겠는가. 그런데 어째서 중국의 주장만은 그렇게 쉽게 믿는 것인가. - p.139


2부와 3부는 1부의 판타지가 아니라 실제로 중국이 타이완을 침공했을때 좀 더 현실성 있는 시나리오에 대한 것이다. 어쨌든 전쟁은 상대가 있는 법이며 중국이 아무리 남는 게 사람이라고 하지만 6.25 때마냥 인해전술이랍시고 무작정 병력을 갈아넣어 물고기 밥으로 만든다고 해서 현대전에서 이길 수는 없으니 말이다. 오히려 어설픈 공격이 만의 하나라도 실패로 끝났다가는 타이완에게는 자신감과 독립의 명분을 주는 것이요, 중국 입장에서는 국제적 공적이 되는 것은 물론, 타이완 정복이 영원히 물건너 가는 셈이다. 당장 푸틴만 하더라도 우크라이나를 성급하게 건드렸다가 4년째 수렁에 빠져 있다. 중국에게 남의 얘기가 아닐 것이다.

중국에 있어 정치적인 의미에서의 완벽한 승리란 타이완의 항복 선언이다. 그것이 전면적인 항복이든 형식적인 귀순이건 간에 어쨌든 타이완의 정치 지도자가 입법기관의 절차를 통해 항복을 공식 선언하는 것이다. 만약 타이완이 항복하지 않고 법적으로 완벽한 독립을 실현한다면 그 순간 중국은 정치적으로 완전히 실패하게 된다. 중국이 쓸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은 비정치적인 수단, 즉 군사적 침략이다. - p.168


탄도 미사일 무적론자들은 미사일이 한번 휩쓸고 가면 타이완군의 모든 방공 및 대함 무기가 사라진다고 믿는다. 이는 지나친 환상이며 현실을 벗어난 생각이다. 정부의 공식 수치만 봐도 타이완군이 보유한 위 무기들의 수량과 탄도미사일 1차 공격으로 어느 정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지 대략적인 범위는 예측 가능하다. 분명한 점은 타이완군의 무기가 전부 파괴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 p.202


수년 전 타이완에는 14곳의 상륙 가능한 해안이 있었으나 현재는 5~8곳만 남아 있다. 해안의 콘크리트 구조물 설치 문제 뿐만 아니라 해변 후방 도시 상황과 지상 진격 경로 등을 고려해서 정규적인 상륙전을 하려면 사전에 타이완의 방어망을 충분히 처리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기습의 위험이 너무 크다. 이는 중국이 어떤 방식을 써서라도 수만 대군을 집결시키고 모든 해군력과 공군력 절반을 동원해 타이완을 공격한다고 해도 타이완군이 불시에 기습당할 가능성이 없음을 설명한다. 중국이 움직이는 순간 이미 타이완군은 전군 비상경계 태세에 돌입할 것이고 예비군도 소집 중이거나 일부는 소집이 끝난 상황일 것이다. 그래서 인민 해방군이 기습이라는 방식으로 타이완군 전체를 압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p.236


타이완이 질 가능성은 오직 하나 뿐이다. 전쟁이 두려워 죽겠고 당장이라도 항복하고 싶은 사람들이 당장이라고 항복하고 싶어하는 총통을 뽑고 항복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로만 입법원을 구성해서 인민해방군이 상륙하는 걸 보자마자 울면서 항복할 때 뿐이다. 오죽 이런 상황이어야만 인민 해방군은 정말로 타이완을 공격하고 싶을 것이다. 타이완 내부의 사기가 높고 저항 의지가 강한 상황이라면 타이완을 무력 통일하겠다는 생각은 못할 것이다. - p.274


4부는 양안 갈등을 놓고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접근에 대한 것인데 아쉬운 것은 수천 km 떨어진 인도와 호주는 포함하면서 우리를 쏙 빼놓았다는 점. 우리가 타이완을 보는 것만큼이나 그들에게도 한국은 존재감이 없다는 것인지, 어차피 미국 하는 일에 영혼없이 따를테니 굳이 논할 가치도 없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군 출신이 아니라 블로거 작가다보니 전문적인 분야임에도 현학적인 표현을 최대한 배제하고 요즘 MZ세대풍에 걸맞게 써놓은 게 꽤 재미있다. 또한 그동안 타이완 군에 대한 편견이 상당부분 바뀌었다랄까. 나도 여태껏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타이완을 봉쇄하여 숨통을 쥐어매고 그래도 순순히 말을 안 들으면 탄도 미사일을 무차별로 날려서 주요 도시와 전력 시설, 항구를 초토화하여 단숨에 끝장낼 것이며 소위 딸기 병사라고 조롱당하는 타이완군은 아무것도 못할 거라고 믿고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저자의 생각이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근거가 빈약하거나 저자의 주관적인 억측도 있고 지나치게 단정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부분도 있다.

제1부 제8장에는 <컨테이너형 미사일 기습론>에 대해서 언급한다. 저자는 중국이 민간 대형 화물선을 위장하여 미사일을 잔뜩 실고 기습한다는 것은 얼핏보면 그럴싸한 아이디어이지만 한낱 테러무기일 뿐이며 전술적 가치가 거의 없다, 이런 발상은 구 소련을 비롯하여 다른 나라들도 했으며 심지어 그 중에는 타이완도 있었지만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기에 실행에는 옮기지 않았는데 하물며 중국이 바보가 아니고서 그런 짓을 하겠냐고 말한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바로 엊그제 상하이에서 그런 위장함이 발견되었다는 기사가 떴더라.

상하이에 정박 중인 중국의 신형 미사일 컨테이너선 중다(中达) 79호. 분석에 따르면 대형 레이더와 다수의 미사일 발사대, 대형 드론을 탑재했으며 수많은 미사일을 일거에 발사하여 적 함대에 미사일 샤워를 쏟아붓는다고. 그런 뒤에 살아남을 가능성은 없겠지만.


분명 저자의 말도 일리가 있다. 군함이 아닌 화물선을 개조해서 미사일을 암만 주렁주렁 달아봐야 방어력이 취약하여 대함 미사일 한방이면 끝장이기 때문이다. 삼척동자도 알 일인데 중국이라고 해서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어쨌든 저렇게 만들고 있다는 것은 그 이상의 효용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얘기이다. 가령 군함보다는 값싸게 먹힌다는 점을 이용해 1~2척이 아니라 수십척을 만들어 민간 선박들 사이에 위장한다면 타이완과 미 해군도 일일이 추적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적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유사시 정규 군함들과 연계하여 기습 공격한다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될 것이다. 비록 한번 써먹고 격파될 1회성 소모품이라고 해도 말이다.

지난 주말 입만 열면 노벨 평화상 타령을 하던 트럼프가 설마하는 세간의 예상을 깨뜨리고 베네수엘라를 기습 공격하여 마두로를 생포해 미국으로 끌고 갔다. 명분은 미국에 마약을 판 죄라고 하지만 진짜 속내는 중남미에 마수를 뻗히고 있던 중국을 겨냥했다는 게 중론. 한마디로 남미는 내 나와바리이니 건들 생각 말라는 것. 하지만 미국의 힘은 한계가 있으며 중남미에 집중하는 것에 반비례하여 유럽이나 태평양 등 다른 지역에 대해서는 그만큼 약화될 수밖에 없다. 중국은 중남미에서 물러나는 대신 서태평양과 동남아에서 한층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가장 위험한 것이 우리와 타이완, 그리고 몽골이 될 수 있다. 소아병적 자기성애자인 트럼프 덕분에 우리네 세상은 냉전 이후 그 어느 때보다도 전쟁의 문턱을 향하고 있는 느낌이다. 결국 살길은 각자도생이라는 얘기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진정한 적은 우리 자신에게 있음을 새삼스레 깨우치게 한다. 우리도 허구헌날 실현 가능성도 없는 핵무장론 타령이나 북한군 무적론(대표적으로 유용원씨의 <북한군 시크릿 리포트>따위의)같은 철지난 소리만 할 것이 아니라 바로 이런 책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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