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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도 ‘수강생’들은 발레를 하며 귀엽게 좌절합니다
  • 이수경
  • 16,110원 (10%890)
  • 2026-02-09
  • : 225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오늘도 '수강생'들은 발레를 하며 귀엽게 좌절합니다>라는 제목은 한 번에 이해되지 않는다.

좌절은 무겁고 어두운 감정인데, '귀엽게'란 단어가 붙는 순간 결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어색한 조합이 오히려 눈길을 끈다.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길래 좌절을 이렇게 표현했을까.

이수경 작가의 이 책은 성인 발레 수업을 배경으로 하지만, 발레를 배우는 과정을 설명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잘하고 싶지만 잘 되지 않는 순간들, 그럼에도 계속해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따라가는 에세이에 가깝다. 발레를 다루지만 결국은 '어른의 배움'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 이수경은 약 20년 동안 발레를 가르쳐온 지도자다. 오랜 시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온 만큼, 이 책에는 동작보다 사람이 먼저 등장한다. 발레를 배우러 온 성인들은 대부분 비슷한 말을 한다고 한다.

" 제가 너무 못하죠."

" 몸이 말을 안 들어요."

이 말은 그저 실력 부족이 아니라, 스스로를 평가하는 시선이 담긴 말이다. 어른이 된 이후에는 무엇이든 어느 정도는 해내야 한다는 기준이 생긴다. 그래서 처음 배우는 상황 자체를 버거워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발레 학원에 온다. 몸이 따라주지 않아도,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거울 앞에 선다. 심지어 몸매가 드러나는 레오타드를 입는것조차 큰 결심이다. 저자는 그 선택을 가볍게 보지 않는다. 그저 발레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시간을 쓰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인다.

여기에는 또 하나의 공통된 마음이 깔려 있다고 한다. 바로 조금 더 예뻐지고 싶다는 바람이다.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되고, 예전 같지 않은 몸을 느끼게 된다. 그럼에도 스스로를 가꾸고 싶다는 마음, 그 시간을 자신에게 쓰고 싶다는 선택이 발레로 이어진다. 그래서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취미를 넘어, 자신을 돌보려는 시도로 보이기도 한다.

이 지점에서 <오늘도 '수강생'들은 발레를 하며 귀엽게 좌절합니다>라는 제목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한다. 이 책에서의 좌절은 무너지는 감정이 아니다. 동작이 잘 안 되고, 균형을 잃고, 계속 틀리는 과정에서 생기는 반복적인 실패에 가깝다. 그리고 그 모습은 비극적이라기보다 어딘가 인간적이다.

그래서 저자는 그 장면들을 '귀엽다'고 표현한다. 잘해서가 아니라, 계속해보려는 그 마음 자체를 그렇게 바라본다.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는 순간을 심각하게 몰아붙이기보다 조금은 가볍게 끌고 가는 태도다. 결국 이 책이 말하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지속에 가깝다.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 상황으로 생각이 이어졌다. 요즘 일에 대한 피로감이 많이 쌓여 있는 상태다. 같은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익숙해졌지만, 그만큼 버거운 순간도 많아졌다. 특히 후배를 가르치는 일이 쉽지 않다. 기대만큼 따라오지 못하면 답답해지고, 결국 내가 더 많이 하게 된다.

그럴때마다 '회사는 배우는 곳이 아니라 돈을 받는 곳이다'라는 말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납득시키곤 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생각에 너무 기대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정말 상대의 속도를 고려했는지 돌아보게 됐다.

물론 모든 사람이 성실한 것은 아니다. 요령을 피우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분명히 서툴지만 배우려고 하는 사람도 있었을 텐데, 그 차이를 충분히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이수경 작가는 그런 사람들을 '귀엽게 좌절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그 표현이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는 거 이제는 알 것 같다. 잘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계속 해 보려는 태도, 그 자체를 긍정하는 시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잘하는 방법보다, 계속하게 만드는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오늘도 '수강생'들은 발레를 하며 귀엽게 좌절합니다>는 발레를 다룬 책이지만, 결국 어른이 다시 배우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서툰 상태를 견디는 일, 그리고 그 시간을 지나가는 방식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조금은 덜 잘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책, 그리고 그 상태에서도 계속해 볼 수 있다고 말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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