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어릴 때는 잠자리나 나비를 잡는 일이 하나의 놀이였다. 여름이면 곤충 채집이 자연스럽게 따라왔고, 그 안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 행동이 꽤 잔인하게 느껴진다. 몰랐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고, 어쩌면 그 무지가 더 거칠었을지도 모른다.

이 그림책은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의 단편을 바탕으로, 오승민이 그림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헤세는 인간의 내면을 깊게 다루는 작가로 알려져 있는데, 이 작품 역시 사건보다 감정의 흔적에 더 집중한다.

이야기는 한 소년이 공작 나방을 통해 겪는 일을 따라간다. 소년은 자신이 싫어하던 에밀이 수집한 나방을 보게 되고, 그 아름다움에 이끌려 결국 훔쳐 달아난다. 하지만 도망치는 사이 나방은 망가져 버리고, 소년은 자신이 저지른 일을 뒤늦게 깨닫는다. 되돌리려 하지만 이미 늦어버린 상태다.
어머니의 말에 따라 에밀을 찾아가 용서를 구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시선이다.
분노보다 더 깊게 남는 감정이 그 순간에 자리 잡는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적인 건 이야기보다 색이다.
전체적으로 짙은 청록과 어둠에 가까운 색감이 이어지는데, 이 분위기가 소년의 심리를 그대로 드러낸다. 밝은 색이었다면 지나간 기억처럼 보였을 장면들이, 어두운 색 안에서는 아직 끝나지 않은 감정처럼 남는다.
짙은 초록은 단순한 자연의 색이 아니라, 벗어나기 어려운 공간처럼 느껴진다.
공작 나방의 눈처럼 보이는 무늬는 그 위에서 더욱 또렷해지며, 누군가에게 계속 바라보이고 있는 듯한 압박을 만든다
짙은 초록은 단순한 자연의 색이 아니라, 벗어나기 어려운 공간처럼 느껴진다.
공작 나방의 눈처럼 보이는 무늬는 그 위에서 더욱 또렷해지며, 누군가에게 계속 시선을 받고 있는 것 같은 압박을 만든다.
결국 이 색감은 사건을 설명하기보다 그 이후에 남는 죄책감과 불안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은 분명 짧은 이야기지만, 남는 건 줄거리보다 감정이다. 그리고 그 감정을 완성하는 건 글이 아니라 그림이다.
이 이야기는 생각보다 훨씬 현실적이다. 쉽게 회복되지 않는 관계와, 오래 남는 감정까지 그대로 담겨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아이들보다 어른에게 더 깊게 남는다.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이 얼마나 오래 이어지는지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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