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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몽이님의 서재
  • 열두개의 포춘쿠키
  • 오봉환
  • 16,200원 (10%900)
  • 2026-01-15
  • : 50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열두개의 포춘쿠키>는 제목보다 먼저 책 자체의 구성에서 눈길을 끌었다. 직접 받아본 책은 금박이 물 흐르듯 이어진 표지가 인상적이었다. 단순한 장식이라기보다, 예측할 수 없이 흘러가는 삶의 방향과 감정의 결을 암시하는 듯했다.

책을 펼친 뒤에는 각 장마다 연결된 QR코드가 또 한 번 시선을 붙잡았다. 음악만 재생되는 정도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에피그래프, 분석보고서, 발자취, 팟캐스트처럼 장면을 확장하는 여러 콘텐츠가 함께 들어 있어 소설을 읽는 경험 자체가 입체적으로 느껴졌다.

종이책 안에 디지털 요소를 이렇게 자연스럽게 결합한 방식은 꽤 신선했고, 이야기만 읽는 것이 아니라 장면마다 다른 감각을 덧붙여 준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처럼 다가왔다.





소설의 시작은 안정적이고 계획적인 삶을 중요하게 여기던 주인공이 친구의 SNS를 바라보는 장면에서 출발한다. 불확실성을 견디지 못하고 정해진 순서 안에서 살아가려는 인물에게 자유롭게 움직이며 즉흥적으로 삶을 선택하는 친구는 한때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에는 오히려 그 자유가 부럽게 느껴진다. 이 대비만으로도 이미 주인공 안에 균열이 시작되고 있다는 점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이후 이어지는 사건들은 다소 강하게 몰아친다. 오랜 연인에게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이별을 통고받고, 가족의 병까지 겹치면서 주인공은 익숙한 일상에서 밀려난다. 처음에는 솔직히 너무 많은 일이 한꺼번에 주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현실적인 고통을 설득하기 위해 사건이 조금 압축되어 있다는 인상이 있었고, 그래서 초반에는 감정보다 구조가 먼저 보이기도 했다. 특히 모든 것을 내려놓고 긴 여행을 선택하는 과정은 쉽게 따라하기보다 여러 번 생각하게 만드는 지점이었다.

하지만 여행이 시작되면서 책의 결은 조금씩 달라진다. 네팔에서 시작되는 산행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주인공의 태도를 드러내는 장면처럼 읽혔다. "천천히, 산은 어디로 가지 않아요" 라는 가이드 말 앞에서도 계속 서두르는 모습은 삶 전체를 급하게 지나온 사람의 습관과 닮아 있다. 산을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기다려 주는 존재로 바라보는 시선도 인상 깊었다.

이후 바라나시, 방콕, 호이안, 교토, 몽골 그리고 유럽의 도시들까지 이어지는 긴 여정 속에서 장소는 계속 바뀌지만 마음속 질문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풍경은 달라져도 감정은 그대로 따라오고, 결국 사람은 자기 안에 쌓인 것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는 흐름이 반복된다. 아름다운 곳을 걷고 있어도 마음이 가벼워지지 않는다는 점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각자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을 만나게 되는데, 준현 역시 그런 인물 가운데 하나다. 자신의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흔들리는 모습은 주인공과 또 다른 방식으로 닮아 있어, 각자 안고 있는 상처를 잠시 나란히 바라보게 만드는 방식이라 오히려 담담하게 남는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포춘쿠키 문장은 처음에는 다소 의도적인 장치처럼 느껴졌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왜 이 설정이 끝까지 유지되는지 조금씩 이해하게 됐다. 답을 주기보다 흔들리는 순간마다 잠시 멈춰서게 만드는 역할에 가깝다.

QR코드 안에 분석과 음악 역시 친절하게 장면을 보조하지만, 때로는 독자가 스스로 의미를 붙잡을 여백을 조금 줄이는 느낌도 있었다. 다만 그만큼 작가는 독자가 장면마다 잠시 머무르기를 바랐던 것 같았다.

결말까지 완전히 같은 마음으로 따라간 것은 아니었다. 현실의 문제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가운데 의미를 정리하는 방식은 독자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왜 모든 문제를 명확하게 정리하지 않은 채 이야기를 끌고 갔는지 조금 더 이해하게 됐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해결되지 않은 삶 속에서 무엇을 붙잡고 살아갈 것인가를 보여주려 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거리감이 있었지만 읽고 나니 꽤 정교하게 설계된 이야기라는 인상이 남았다.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읽으면 지금과는 다른 문장이 더 크게 들어올 것 같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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