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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몽이님의 서재
  • 귀신 붙게 해 주세요
  • 이로아
  • 13,500원 (10%750)
  • 2026-02-25
  • : 365

*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귀신 붙게 해 주세요>는 제목만 보면 기묘한 판타지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귀신 이야기로 포장된 학교 사회의 민낯에 가깝다. 청소년 소설이라고 하면 성장과 우정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 작품은 그 익숙한 틀에 머물지 않는다.

학교는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자유는 왜 어떤 순간에는 존중받고, 어떤 순간에는 단속의 대상이 되는가. 읽다 보니 오래전 졸업한 교실이 낯설게 느껴졌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규칙과 분위기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다.





이 소설은 동성애를 둘러싼 찬반을 말하지 않는다. 대신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쉽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준다. 기순고는 한때 자유로운 학교였다. 서로의 선택을 문제 삼지 않았고, 오히려 다름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교장이 바뀌면서 공기는 급격히 변한다. '정상적인 학교', '바른 생활'이라는 구호 아래, 사회적으로 불순해 보이는 것들을 정리하겠다는 어른들의 발상이 시작된다. 그 순간 자유는 관리 대상이 된다.

아이들의 태도 역시 달라진다. 전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였던 친구를 거리에 두고, 손가락질하고, 심지어 괴롭히기까지 한다. 같은 교실, 같은 얼굴인데 기준이 바뀌자 판단도 따라 바뀐다. 상황이 정의를 규정하는 장면은 씁쓸하다. 결국 이 작품이 겨누는 것은 동성애 자체가 아니라, 다수를 등에 업고 쉽게 입장을 바꾸는 시선이다.

이 흐름 속에서 윤나의 이야기는 더욱 또렷해진다. 미용사가 되겠다는 꿈을 이미 정해둔 아이. 중학교 시절, 눈썹 때문에 놀림 받던 재이의 눈썹을 매일 그려주며 시작된 우정은 윤나에게 자부심이자 확신이었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들어오며 관계는 틀어진다. 재이는 현서와 연인이 되고, 학교와 가정의 압박 속에서 흔들린다. 윤나는 배신감과 분노를 느끼지만, 동시에 친구가 부당한 일을 당하면 참지 못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규칙이 강화되고 염색이 금지되자 윤나는 친구들의 머리를 검게 염색해 주며 돈을 모은다. 학원에 등록해 꿈에 한 발 더 다가가려는 순간, 야간 자율학습이 부활한다. 전 과목 1등급을 받으면 제외해 주겠다는 담임의 말에 윤나는 강령술을 택한다. 그렇게 만난 존재가 20년 전 죽은 전교 1등 순지다.





순지는 단순히 시험을 대신 치러주는 귀신이 아니다. 그녀 역시 과거에 '이단을 없애겠다'는 어른들의 논리에 저항하다 세상을 떠난 인물이다. 지박령이 되어 학교에 남아 있던 이유는 미련이 아니라 기억이다. 반복되는 억압을 지켜보며, 다시 시작된 배제의 움직임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과거와 현재가 겹치며 독자는 깨닫게 된다. 억압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형태만 바뀌어 되풀이되고 있다는 사실을.

재이와 현서의 관계도 그 흐름 안에 놓인다. 한때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사랑이 교장의 한마디에 문제로 규정된다. '정상'이란 단어가 얼마나 쉽게 사람을 가르는지 드러나는 순간이다. 자유롭던 공간이 통제의 장소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작가 이로아는 학교를 배경으로 하지만 질문은 교실 밖을 향한다. 우리는 정말 스스로 생각해 판단하는가. 아니면 분위기에 기대어 입장을 전하는가. 학창 시절을 큰 문제 없이 보냈다고 여겼던 나 역시 돌아보게 됐다. 그 평온함이 누군가의 침묵 위에 놓여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이 소설은 청소년을 위한 이야기지만, 어른 독자에게 더 날카롭게 다가온다. 귀신이라는 장치는 흥미롭지만, 끝내 남는 것은 질문이다. 기준이 바뀔 때보다 함께 흔들리는 우리의 태도에 대해.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묻게 된다. 나는 어떤 시선을 가지고 있었는지,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편에 설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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