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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몽이님의 서재
  • 저는 얼굴이 아니라 마음을 고치는 의사입니다
  • 이상욱
  • 17,820원 (10%990)
  • 2026-02-03
  • : 505

*체크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고 쓴 글입니다.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다정한 위로를 건네는 에세이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예상보다 훨씬 단단하다. 미용 시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외모 뒤에 숨어 있는 자존감과 상처, 그리고 끝까지 자신을 놓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책장을 넘기며 나는 '치료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하게 되었다.




<저는 얼굴이 아니라 마음을 고치는 의사입니다>는 피부과 의사이자 유튜브 '동네 의사 이상욱'을 운영하는 이상욱 원장이 진료실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그는 한때 피부 미용을 하는 자신의 일이 가볍게 느껴졌다고 고백한다. 생사를 다루던 내과 레지던트 시절과 달리, 겉모습을 바꾸는 일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고민했다는 것이다.

그 생각을 바꾼 건 말기암 환자 한 분이었다. 삶의 끝을 준비하던 어머니는 "죽기 전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고 싶다"며 기미 치료를 원했다. 그에게 그 치료는 사치가 아니라 존엄을 지키는 마지막 선택이었다. 그 순간 저자는 깨달았다.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것만이 사람을 살리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무너진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 역시 누군가의 삶을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책에는 외모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청춘, 점 하나 때문에 인생이 막혔다고 믿는 사람, 자식이 준 돈을 쓰기 미안해 망설이는 어머니의 사연이 등장한다. 그는 무조건 시술을 권하지 않는다. 오히려 필요하지 않은 시술은 단호히 말린다. 자존감이 낮아진 상태에서의 선택은 또 다른 후회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만 좋고 마음이 치유되지 않았다면 그것은 의료가 아니라 소비에 불과합니다."

이 문장은 이 책의 방향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다.

읽으며 개인적인 기억도 떠올랐다. 나는 오랫동안 아토피로 병원을 다녔다. "완치는 어렵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솔직히 절망스러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막연한 희망을 반복하는 말보다 그 솔직함이 오히려 위로였다. 기약 없는 기대에 매달리는 대신 현실을 인정하고 관리하는 쪽이 마음을 덜 소모했다.




저자가 강조하는 '정직한 시간'과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노력'은 의료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었다. 공부법을 나누며 시행 착오를 숨기지 않는 태도 역시 같은 맥락이다. 자신이 겪은 어려움을 솔직하게 꺼내 놓고, 누군가는 덜 헤매기를 바라는 마음. 그 진심이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든다.

우리는 종종 외모를 고치며 삶이 달라질 거라 믿는다. 그러나 저자는 먼저 묻는다. 지금 고치고 싶은 것이 정말 얼굴이냐고. 혹시 상처받은 마음은 아닌지.

책을 덮으며 오래전 만났던 한 의사가 떠올랐다. 실력도 뛰어났지만 무엇보다 환자를 사람으로 대해 주던 분이었다. 결국 좋은 의사를 만나는 일은 좋은 사람을 만나는 일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피부과 에세이이면서 동시에 자존감과 치유에 관한 이야기다. 거울 속 얼굴이 아니라, 그 얼굴을 바라보는 나의 표정을 돌아보게 만드는 책. 그리고 조용히 말한다.

당신은 이미,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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