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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몽이님의 서재
  • 고요하고 단단하게, 법정의 말
  • 권민수 엮음
  • 17,550원 (10%970)
  • 2026-02-25
  • : 1,810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았습니다.




벌써 법정 스님이 입적하신 지 16주기가 되어간다. 시간이 흐를수록 스님의 문장은 더 또렷해진다. <고요하고 단단하게, 법정의 말 : 내려놓음의 마음 공부>는 흩어져 있던 가르침을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엮어낸 책이다. 빠른 속도와 끊임없는 비교 속에서 지친 마음을 잠시 내려놓게 하고, 내가 서 있는 자리를 돌아보게 한다.

스무 살 무렵, 문고판 <무소유>를 붙들고 버티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번 책 역시 그때처럼 멈춤과 비움의 가치를 조용히 일깨운다. 그리움 위에 다시 펼쳐진 스님의 말은, 우리에게 단단한 중심을 건넨다.




이 책은 법정 스님의 글과 사상을 중심으로 엮은 명상 에세이다. 총 7개의 파트, 245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앞에는 스님의 문장, 뒤에는 엮은이 권민수의 해설이 덧붙는다. 덕분에 짧은 문장이 지닌 의미를 한 번 더 깊이 생각해 보게 한다.

스님의 말은 언제나 간결하다. 그러나 그 울림은 오래 남는다.

"아름다운 장미꽃에 하필이면 가시가 돋쳤을까 생각하면 속이 상한다. 하지만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가시에서 저토록 아름다운 장미꽃이 피어났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감사하고 싶어진다."

- 무소유



같은 현실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힘든 상황을 원망으로 바라볼지, 배움으로 바라볼지는 결국 나의 선택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된다.


또 다른 문장도 마음을 붙든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이렇게 살아있다는 사실이 기특한 일입니다. 모든 것은 삶에서 시작되고 삶을 바탕으로 이루어집니다. 우리가 살아있기 때문에 행복도 불행도, 기쁨도 슬픔도 따릅니다."

- 2008년 8월 15일 여름 안거 해제


당연하게 여겼던 하루가 사실은 기적이라는 것. 우리는 늘 더 많이 가져야 안심할 수 있다고 믿지만, 스님의 말은 오히려 넘쳐서 불안해진 현대인의 모습을 짚는다. 부족해서 괴로운 것이 아니라, 부족하다고 여기는 생각에 붙들려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추상적인 위로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멈춤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며, 한 박자 늦게 바라보라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급한 것을 구분하고, 관계 중심은 타인이 아니라 '나'에게 두라고 조언한다. 기대가 상처가 되는 순간을 이미 여러 번 겪어 본 나에게 이 문장은 유독 깊이 남았다.





"사람은 어떤 묵은데 갇혀 있으면 안 된다. 꽃처럼 늘 새롭게 피어날 수 있어야 한다. 살아있는 꽃이라면 어제 핀꽃하고 오늘 핀꽃은 다르다. 새로운 향기와 새로운 빛을 발산하기 때문이다."

-산에는 꽃이 피네


익숙함에 머물고 싶은 마음과 새로워지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망설일 때,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작은 변화부터 시작하라고 말한다. 자리 하나, 말투 하나, 속도 하나를 바꾸는 것. 그렇게 삶의 감각을 깨워 나가라는 조언이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20대의 나는 혹독한 직장 생활과 가정의 무게 속에서 버티고 있었다. 자기계발서를 붙잡고 방법을 찾던 시절, <무소유>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나를 붙들어 주었다. 더 잘하는 사람이 되라고 재촉하지 않았고, 이미 충분하다고 말해 주었다. 이번 책을 읽으며 그때의 마음이 다시 떠올랐다.

법정 스님의 문장은 화려하지 않다. 대신 중심을 바로 세운다. 빨리 가는 법이 아니라, 제대로 가는 길을 묻는다. 읽는 것으로 끝나면 쉽게 잊히겠지만, 한 문장이라도 삶으로 옮긴다면 하루의 태도가 달라질 것이다.

고요하지만 단단하게. 이 책은 그렇게 살아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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