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고 쓴 글입니다.

예전부터 나는 낯가림이 심한 편이었다. 처음 보는 사람과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가는 일이 늘 부담이었고,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했다. 대체로 참는 쪽을 선택했지만, 그 감정이 쌓이다 보면 한 번에 터져 버리곤 했다. 일에서는 비교적 당당하지만 사적인 대화에서는 유난히 조심스러워지는 나.
제니퍼 앨리슨의 <흥분하지 않고 우아하고 당당하게 할 말 다하는 법>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내 생각을 분명하게 전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던 책이다. 이 책은 말하기 기술 뿐 아니라 감정을 다루는 태도부터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 책은 '말을 잘하는 법'을 알려주는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저자 제니퍼 앨리슨은 심리학자로서, 말하기의 어려움 뒤에 숨어있는 불안과 낮은 자존감을 짚어낸다. 특히 '대화 근육'이라는 표현이 인상 깊었다.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하듯, 사람과의 직접적인 대화가 줄어들수록 소통 능력도 약해진다는 이야기다.
요즘은 문자와 메신저가 익숙하다. 통화 대신 메시지를 요청하는 거래처, 이별조차 문자로 전하는 시대. 화면 뒤에 숨어 있으면 덜 긴장되고, 표정을 들키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렇게 편안함에 익숙해질수록 얼굴을 마주한 대화는 더 부담스러워진다. 저자는 온라인 소통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직접 만나 나누는 대화의 힘을 강조한다. 공감과 존중, 미묘한 표정과 몸짓은 화면 속에서는 온전히 전달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책에서 특히 공감했던 부분은 '표정과 말이 다를 때 생기는 오해'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는 표정을 잘 숨기지 못하는 편이다. 의도와 다르게 굳은 표정이 상대에게 차가움으로 전달된 적도 있다. 저자는 몸을 약간 앞으로 기울이고, 상대의 말을 미러링하며, 진심 어린 질문을 던지는 것 만으로도 분위기가 달라진다고 말한다. 거창한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태도라는 점이 와 닿았다.

또한 대화에서 사람들이 바라는 10가지 욕구 - 중요하게 여겨지고 싶고, 존중받고 싶고, 이해받고 싶다는 마음 - 을 제시한다. 결국 대화는 정보 교환이 아니라 감정의 교류라는 뜻일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것만큼, 상대가 존중받는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과거 직장 초기에 겪었던 부정적인 피드백 경험이 떠올랐다. 그 일 이후로 의견을 말할 때 한 번 더, 두 번 더 고민하게 되었다. 이 책은 그런 경험이 현재의 대화 습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성격이 아니라, 상처일 수도 있다는 문장이 위로처럼 느껴졌다.
총 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분량도 부담스럽지 않다. 대화의 기술, 감정의 동요 없이 말하는 법, 당당한 표현을 위한 실전 팁까지 단계적으로 정의되어 있어, 읽고 바로 적용해 볼 수 있다. 나 역시 이미 실천하고 있는 부분도 있었고, 의식하지 못했던 습관도 발견했다.
대화는 나를 드러내는 일이면서 동시에 상대를 받아들이는 일이다. 이 책은 새로운 사람이 되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바라는 모습의 나'에 조금 더 가까워지라고 조언한다. 낯가림이 심한 사람, 갈등 상황에서 감정이 앞서는 사람, 말하고 나면 후회하는 사람에게 현실적인 길잡이가 되어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