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쓴 글입니다.

일상 속 가장 평범한 공간, 커피숍에서 시작되는 이야기가 이렇게 서늘할 수 있을까? 온다 리쿠의 <커피 괴담>은 귀신이나 초자연적인 장치 없이도 독자를 불안하게 만드는 독특한 소설이다. 카페, 집, 여행지처럼 누구나 한 번쯤 머물렀을 법한 장소에서 작은 어긋남이 반복되며, 독자는 "뭔가 이상하다"는 감각을 놓지 못한 채 끝까지 끌려간다.
커피라는 매개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모이게 하고, 아무렇지 않은 대화를 가능하게 하지만 그 속에서 조금씩 다른 이야기가 스며들며 괴담이 된다. 무섭다기보다 낯설고 서늘한 여운을 남기는 이 책은, 평범한 일상에 숨어 있는 불가사의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다.

<커피 괴담>은 레코드 회사 프로듀서 다몬, 외과의사 미즈시마, 작곡가 오노에, 검사 구로다, 이렇게 4명의 중년 남성이 중심이 되는 작품이다. 이들은 계절과 도시를 옮겨 다니며 찻집을 순례하고, 커피를 마시며 자신이 들었거나 겪었던 괴담을 하나씩 풀어 놓는다. 교토의 한여름, 요코하마의 초겨울, 도쿄 진보초, 고베와 오사카를 거쳐 다시 교토로 돌아오는 흐름 속에서 이야기는 이어진다.
이야기의 구조는 독특하다. 한 찻집에서 한 사람만 괴담을 이야기하고, 가게를 나서는 순간 다시 잡담으로 돌아간다. 다음 이야기는 다른 찻집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각 에피소드는 길지 않고, "마치 예전에 어디서 들었던 데..."로 시작하는 대화처럼 흘러간다. 처음에는 공포의 밀도가 낮다고 느껴질 수 있다. 자극적인 사건도, 분명한 결말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야기가 쌓일수록 묘한 감각이 남는다. 옷장 안에서 사람처럼 보였던 그림자, 분명 존재했던 것 같은데 사라진 잡지, 이유 없이 닫히는 문 같은 경험들.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하지만 애써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넘겨온 순간들이다. 다몬은 이런 장면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그는 언제나 설명되지 않은 기시감을 느끼고 그 감각은 이야기 뒷편에서 계속 독자를 따라다닌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이 네 사람이 무척 겁이 많다는 사실이다. 서로 괴담을 이야기하며 웃고 떠들지만, 작은 이상 징후에도 쉽게 동요한다. 그래서 이 모임은 무서운 이야기 대결이라기보다, 오랜 친구들 사이에 친목 모임처럼 보인다. 바쁜 삶 속에서도 낮의 거리를 천천히 걷고, 커피를 마시며 별것 아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오히려 부럽게 느껴진다.
후반부로 갈수록 이들이 나눈 괴담은 현실과 겹쳐지기 시작한다. 각자가 겪었던 일들이 점점 구체성을 띠고 '불가사의한 일은 실제로 존재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다. 다몬이 과거의 장면이나 보이지 않은 존재를 인식하는 듯한 묘사는 이야기 전체의 은근한 긴장을 남긴다.
작가는 후기에서 이 작품에 등장하는 괴담 대부분이 실제로 들었거나 경험한 이야기라고 밝힌다. 이 사실이 알려주는 공포는 소설 속 장면보다 더 오래 남는다. <커피 괴담>은 큰 반전이나 한방을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읽다 보면 그 소소함 자체가 이 작품의 정체성이라는 걸 알게 된다. 커피를 마시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다가, 어느 순간 문득 떠올라 등을 서늘하게 만드는 이야기. 시작보다 끝이 더 기억에 남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