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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장 소 ]님의 서재
  • 무덤을 맴도는 이유
  • 조은
  • 5,400원 (10%300)
  • 1996-07-30
  • : 269

#무덤을맴도는이유
#조은
#문학과지성사_시인선183
#나_이곳에


• 나 이곳에 •

          뿌리로 내리는 눈처럼 인골을 차며 가는 사막
의 낙타처럼 나 살고 싶어 흔들거리는 바위 같은  덧
나는 상처 같은 순간도 살고 싶어 늪처럼 젖어  깊은
상처들이 안개로 일어서는 거라도 보며 버둥대며 탈
진하며 나 이곳에 살고 싶어 내 눈 속으로  자맥질하
는 저 마른 하늘을 좀 봐   꽃들은 눈이 풀린 채  신음
하고 나와 눈이 닿은 것들은 몸이 무거워   육탈하는
삶처럼

           나 살고 싶어 


시 본문 13 쪽 / 나 이곳에 /


어두운 현관에 점점이 떨어진 벚꽃잎을 쓸다가 내다본 밖은 연두빛으로 눈부셨다 . 
그 연두와 내가 무슨 상관이겠냐만 잠깐 기분이 반짝반짝 그랬다 . 

물오른 나무들도 이랬을까 . 

제 잎 반짝거릴 줄 모르고빨아 올린 축축한 물이 , 제 몸 반짝반짝거리게 할 줄을 알고
저 혼자 몰래 힘찼을까 .

나무들이 가만가만 살아있다고 하늘거렸던 오늘 . 

손바닥만한 쓰레받기에 점점이 꽃잎들 뒹굴다 . 날린다 .
더 떨어질 곳도 없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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