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때 세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을 본 것말고는 독서를 한 기억이 없다.
살기 위한 엉터리같은 투쟁만 해왔을뿐.
사십대 들어서 실직하고 거리를 떠돌다 쓰레기 더미에서 줏어들은 외눈박이....,
이것은 그대로 내 마음이였다.
걷다가, 먹다가, 자다가 읇조리며 어느새 다 외웠다.
십여 년이 지나 다시 펴 본 지금 또 다시 보아도 멋지다.
하지만 이걸 다 외웠었다니 미치지 않고서야..
경쟁할 만한 것은 백석밖에 없는 것이다.
다른 건 다 낯 간지럽다.
물 안 개 (류시화)
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사랑은 그 후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안개처럼
몇 겹의 인연이라는 것도
아주 쉽게 부서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