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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모으기
  • 숨, 나와 마주 서는 순간
  • 서명숙
  • 13,500원 (10%750)
  • 2015-10-30
  • : 405

몇주 전 서귀포 올레 여행자센터에서 하룻밤을 묵었을 때 1층에서 전에 못 보았던  이 책을 만났다. 2015년에 출간되었는데도 2년이 훨씬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여행길에서 책 한 권의 무게는 부담이었으나 다른 기념품보다는 책이 나을둣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목이 끌어 당겼다. <숨, 나와 마주 서는 순간> '숨', 딱 한 글자인데도 블랙홀처럼 끌어 당기는 단어다. 생명체라면 모두 자기 만의 숨을 쉰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숨을 쉰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이 숨에 있다. 


- 이 책의 이야기는 결코 책상에서 나온 이론이 아니다. 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곳에서 저승과 이승을 오가는 해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다. 해녀들이 물질 한 번에 전복과 소라를 잡아 모은 것처럼 서명숙은 하나씩 해녀들을 만나고 들어서 그들의 바위같고 파도같은 이야기, 싱싱한 해산물 같은 이야기를 자기만의 그물망에 담아 올렸다. 쇠귀 신영복이 수감생활 속에서 만난 사람들의 인생을 읽어 냈듯이 서명숙도 자기 사는 곳 사람들의 이야기를 퍼 올렸다.  

- 물숨과 숨비소리, 테왁과 빗창, 불턱, 등의 이야기는 나의 일에 많은 것을 자극을 준다. 

- 검은 현무암으로 뒤덮힌 곳을 해녀 한 사람이 테왁을 메고 바다를 등진 채 걸어 오는 사진은 강렬하다. 검은 현무암 바위들은 그녀들의 굴곡진 생을 그대로 보여 주는 듯하다. 그녀들의 삶은 현무암처럼 검고 거칠게 식어 굳어져 버렸지만 굳어지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그녀들의 숨이다. 해녀들은 물 속에서 만 빼놓고 어떤 경우에도 숨을 멈추지 않았다. 굳어 멈춘 현무암을 배경으로 걷는 해녀의 모습. 사진이라 정지된 채였으나 사진 속 해녀는 느릿느릿 꿈틀대며 움직이고 있는 듯했다. 숨쉬는 것들은 어떻게든 움직인다.

- 앞과 뒤 표지 배경 사진, 테왁을 잡고 헤엄쳐 오는 해녀를 당겨서 찍은 사진이다. 햇빛이 바다에 비춰 산란될 때 물비늘이 아웃포커싱으로 담겼는데 너무나 아름다운 순간이다.  구름 속을 내려오는 천사처럼 보인다. 책에는 이야기와 함께 생생한 사진들이  담겨 있어 이 책은 더욱 생생하다. 책을 다 읽고 덮었다. 숨비소리가 멀리서 들리는 듯하다. 

- 책의 제목이 <숨, 나와 마주 서는 순간>이다. 이 책은 자기만의 숨을 쉬면서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 자신과 마주 서게 하는 책이다. 자기 숨을 쉬지 못하게 하는 세상이다. 어느 해녀가 직장을 다녀도 자신이 나사못과 다름 없었다는 말이 가슴에 와서 박혔다. 깊이 공감이 갔다. 해녀들의 숨 이야기 였지만 독자에게도 질문한다. 이제는 자기와 마주 서서 자기 만의 숨을 쉬며 살아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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