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시절, 한없이 바빴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남아도는 시간을 어쩌지 못했다. 죄 없는 손톱이나 물어 뜯으며 시간이 제멋대로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직장인은 아니지만, 직업 공부를 하면서 이제는 다른 고민에 빠졌다. 해야 할 과제와 공부는 많아졌는데, 이번에도 시간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지나가고 있었다. 살고 있는 게 아니라 살아지고 있는 것 같은, 이상한 기분 속에서 제현주와 금정연이 쓴 <일상기술연구소>를 읽게 됐다.
2016년 5월 시작한 팟캐스트 '일상기술연구소'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일상생활을 제대로 살아가는 기술을 가르쳐주는 1부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2부로 구성되어 있다. 돈 관리의 기술부터 일 벌이기, 함께 살기, 생활 체력 기르기 등 평소 물어보기 어려운, 기술자들의 일상 이야기가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들은 모두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 각자의 해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아왔다. 그래서일까? 그들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 '이 방법이 옳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이렇게 살아왔다. 당신은 어떤가? 무엇을 원하는가?'
묻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그러나 하루하루를 잘 살아가기 위한 디테일이 담긴 <일상기술연구소>는 21세기 자기계발서다. 내 삶을 타인의 삶과 비교하며 좌절감만 잔뜩 얻고 마지막 장을 덮는 책이 아니라, 독서가 끝난 뒤에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책이다. 문학과 에세이도 하기 어려운 이 일을, 이들의 담담한 대화가 해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