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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돌이님의 서재
  • 품위 있게 나이 든다는 것
  • 엘리자베스 M. 토마스
  • 14,220원 (10%790)
  • 2021-04-15
  • : 264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물책 <개들의 숨겨진 삶>을 쓴 작가이자 인류학자 엘리자베스 마셜 토마스.  어느덧 아흔이라고. 그냥 뇌에서 나오는 대로 거침없이 써내려간 글 같은데 배꼽 잡고 웃기도 하고 코끝이 시큰하기도 했다. 이분 담배에 진심이네.

동물과 자연과 함께 충만한 삶을 살았고, 자식들과도 가까이 잘 지내고,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있고, 풍족한 연금과 재산이 있고, 노쇠하긴 했지만 아직 운전을 하고 담배를 피우고 책을 쓸 만큼 건강한 이분의 노년은 자신이 살아야 할 생을 열심히 잘 산 결과겠지.


분명 <내가 살아야 할 생을 잘 살아서 기쁘다>였는데 어느새 새 제목을 달고 개정판이 나와 있네??

흡연에 대해서 말을 하자면, 흡연자의 3분의 2가 담배로 죽는다고 한다. 그렇다는 것은, 3분의 1은 안 그렇다는 뜻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만족할 만큼 건강하다. 이제까지 31968일을 살았고, 심장은 3658176000번이나 잘 뛰고 있으며, 지난 4년 동안 292000개의 담배를 피웠어도 멀쩡하기 때문이다. 나는 속으로 되뇌었다. ‘난 그 행운의 3분의 1에 속하는구나.‘
게다가 그 실버타운에서 반려동물을 받아준다는 말에 하마터면 나는 그 자리에서 사인을 할 뻔했다. 하지만 딱 하나 문제가 있었다. 실내는 물론이고 건물 주변에서도 금연이었다. 어떤 곳은 실버타운 단지 내에서 담배를 전혀 피울 수 없는 곳도 있었다. 그 말은 차가운 겨울밤에 담배 한 개비를 피우기 위해 거의 500미터를 걸어 나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한번은 담배를 끊기 위해 금연보조제를 먹은 적이 있다. 내 삶을 조금이라도 연장시켜 줄지 모르는 아주 비싼 약이었다. 부작용은 기껏해야 몽유병, 심각한 피부 발진, 현기증, 메스꺼움, 구토, 불안증세, 좌절감, 짜증, 분노, 자살 충동을 동반하는 우울증 정도였다. 자살 충동이야 자살 성공만큼 최악은 아니지만, 어쨌든 나는 힘이 쭉 빠졌다. 나도 모르게 담배에 불을 붙였다.
남동생을 마지막으로, 내 직계가족이 모두 이 세상을 떠났다. 물론 여전히 나에게는 나의 가족들이 남아 있다. 가족의 죽음이 너무 슬프고 또 그들이 너무 그리웠지만, 그래도 내 삶은 어제와 다름없이 조용히 흘러갔다. 죽음이 내 세상을 변화시키려면, 최소한 내 경우는 돌아가신 분이 나에게 그냥 중요한 게 아니라, 매순간마다 그의 부재가 뼈아프게 느껴질 정도로 지극히 친밀한 관계여야 할 것 같다.
서양 문화권에 속한 사람들은 종종 식인 풍습을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행위로 간주한다. 이것은 다른 문화에서 식인 풍습이 가지는 목적, 즉 죽은 자를 돕고 죽은 자의 영혼을 보호하며 사람들을 하나로 연결하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독단적 태도다.
기독교 역시 화장을 금했다. 기독교는 우리가 죽은 뒤 천국으로 올라가거나 지옥으로 떨어진다는 특별한 사후관을 갖고 있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지옥으로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우리 몸뚱이 대신 뼛가루가 지옥으로 떨어진다면 악마는 어떻게 생각할까? 악마가 우리를 고문할 수도 없을 것이다.
문제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대담함은 아주 좋은 덕목이다. 그리고 소심함은 문제를 피할 수 있으니 또한 좋은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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