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밥 나무,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등은 어린왕자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도 다 안다. 사실 애들이 아닌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며 이 작품을 하도 칭송들 하길래 30대 중반이 되어서 읽었으나 감상은 최악이다. 어린 왕자가 아니라 애늙은이 왕자로 제목을 수정하는 것이 어떨까?
우선 도입부에서 누가 봐도 모자인 그림을 그려놓고 이건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라고 우기는 장면부터가 마음에 안 들었다. 표면이 아닌 본질을 중요시하라는 메세지를 억지 해부도 하나 그려 놓고 설득하는데 정신적 미숙아가 아닌 성인으로서 그저 어처구니가 없었다. 고결한 도덕률이 스케치 하나로 치환되고 마는 것이다. 그 뒤 다양한 사람들의 존중 받지 못할 행태를 목격하며 어린왕자는 "어른들은 정말 이상해!" 라고 외친다. 숭고한 사회 비판이 무지한 어린이의 치기 어린 외침으로 갈음되는게 과연 맞는가?
어린애들은 "이건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에요", "어른들은 정말 이상해!" 거리며 깔깔 댈지 모르겠다. 그러나 마크 트웨인, 미하엘 엔데, 안데르센 과 같은 훌륭한 작가들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어린아이들의 관점에서 서술한 이야기를 읽다가, 만물을 지나치게 단순화해서 건방지게 어른들한테 훈계나 해대는 정신질환을 앓는 애늙은이 이야기를 읽으니 기분만 안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