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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불능인간님의 서재
용두사미
구제불능인간  2026/04/27 22:29
  • 아발론 연대기 1
  • 장 마르칼
  • 9,900원 (10%550)
  • 2005-12-19
  • : 322

 초등학생시절 비룡소에서 나온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은 어딘가 내용이 불완전하다고 느껴졌다. 초반 아서왕이 엑스칼리버를 뽑을 때만 해도 내용이 흥미진진했는데, 갑자기 기사들이 모험을 하다가 왕국이 분열하는 것이다. 그 아쉬움을 대략 20년이 지난 오늘날 8권에 달하는 시리즈물을 읽음으로서 풀 수 있었다. 비록 그 경험이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1권은 국내 독자들에게 다소 생소할, 아서왕이 무대에 등장하기 이전 그의 조상과 멀린, 음유시인 탈리에신의 이야기이다. 켈트 신화의 원형과 드루이드교의 흔적이 강하게 남아있어 북유럽신화, 성경, 그리스로마신화를 읽는 것 마냥 대단히 즐겁게 읽었다. 2권은  가장 유명한, 아서왕이 엑스칼리버를 뽑은뒤 원탁의 기사들이 그를 중심으로 뭉치며 브리튼 외부 세력들을 무찌르는 내용이다. 아주 잘 쓰여진 건국신화를 읽는 느낌이었으며 이때까지만 해도 독서가 즐거웠다.


 3권부터 갑자기 내용이 이상해지기 시작한다. 시간이 거의 흐르지 않았음에도 브리튼의 영웅 아서는 사라지고 뒷방에서 다른 기사들의 모험하는 것이나 지켜보는 뒷방 늙은이로 대체된다. 기사들은 브리튼을 구원하는 숭고한 목적을 상실하고 한량 건달새끼들마냥 모험이라는 행위 그 자체를 즐기는 잉여인간들이다. 가웨인, 란슬롯, 이베인 등 기사들의 이름을 굳이 구분할 필요는 없다. 죄다 똑같은 모험을 하고 있으며 그들은 쓸데없이 사랑을 하고 불륜을 한다. 그 수준은 오늘날 엠생들이 자기위로용으로 보는 남성향 하렘 웹툰 만도 못한 정도로, 괜히 “돈키호테” 가 쓰여 진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7권에서 성배를 찾는 모험 파트부터 다시 독서가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켈트 신화의 면모는 진작에 사라졌지만 대신 고대 및 중세 기독교의 여러 아름다운 상징들이 등장해 신비로운 우화를 읽는 듯한 경험을 했다. 허나 모험이 끝난 뒤 8권 왕국이 파멸하는 부분은 3~6권의 수준 낮은 기사도 문학하고 질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 


 이렇게 된 것은 원래 존재하던 아서왕 스토리에 유럽 작가들이 살을 여럿 덧붙였기 때문이다. 아서왕 이야기는 단일 저자에 의해 쓰여진 책이 아니며, 여러 세대에 걸쳐 다양한 저자가 존재한다. 위대한 신화와 훌륭한 영웅왕의 이야기를 기사들과 귀부인들간의 삼류 로맨스로 격하 시킨 작가들이 밉기도 하지만 그들이 없었다면 과연 아서왕 전설이 오늘날까지 전승될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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