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구제불능인간님의 서재
  • 러시아 희곡 1
  • 폰비진 외
  • 9,000원 (10%500)
  • 1998-03-30
  • : 25

 과거 열린책들은 러시아 문학 전문 출판사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마이너한 작품들도 많이 번역되었다. 이 책도 그 중 하나로, 한국에는 덜 알려졌지만 수준 높은 희곡들을 많이 수록하고 있다.


미성년


 번역자의 말에 따르면 폰 비진 이전 러시아 희곡들은 서구 희곡을 흉내내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미성년”은 러시아 고유의 언어와 구어체가 적극 활용된 희곡이라고 하며 아마 그 이유 에서인지 명작들을 모아놓은 선집에도 꼽힌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이유가 아니라면 오늘날 읽을 가치가 1도 없는 작품으로, 작가의 사고관은 교장님 훈화 말씀 마냥 최악의 방식으로 표출되며 등장인물들 또한 지나치게 평면적이다.


지혜의 슬픔


모스크바로 돌아온 주인공이 다양한 부정적인 인간군상들을 접하며 좌절하는 이야기이다. 위선, 모방, 속물근성, 거세된 수컷, 클럽 지식인, 남편을 휘어잡으려는 아내, 로맨스 중독자 등의 인간상들이 짧은 대사에 사실적으로 함축되어 표현되는 반면, 차즈끼의 절망으로 가득 찬 긴 독백은 낭만주의적인 시대정신이 반영되어 있어 대조를 이룬다. 대단히 잘 쓴 사회비판 희곡이며 고골의 “죽은 혼”, 레르몬토프의 “우리 시대의 영웅”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보리스 고두노프


러시아의 동란 시대를 역사극으로 창조해냈다. 감상은, 푸슈킨은 역사극에 있어 쉴러와 셰익스피어에 비할 바가 못 된다는 것이다. 로맨스를 쓸데없이 추가해서 작품의 흐름이 깨지고, 전반적으로 구성이 다소 산만하다. 그는 서사시의 형식을 빌려 끊임없이 주절주절 거려야 하는 수다쟁이이지 언어를 응축해야만 하는 일류 비극 작가가 못된다.


가면무도회


 셰익스피어의 "오셀로" 를 뛰어넘는 낭만비극이다. 레르몬토프는 푸슈킨과 함께 언어적 재능을 타고난 작가로, 그는 비극에는 영 소질이 없는 푸슈킨과 달리 오직 불행한 이야기만을 쓰도록 하늘로부터 점지받은 사람이다. 셰익스피어 대비 다루는 언어의 무게가 약간 가볍다는 느낌도 들지만 엄청난 환멸로 그 이상을 충당한다. 희곡을 쓰면서 환멸을 가장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은 무대이며 거짓된 가면무도회라고 진심으로 생각하며 영혼을 담아 작가는 글을 적었다. 


검찰관


 직설적이고 적당히 코믹한 사회비판 희곡 이랄까? 그의 걸작 페테르부르크 이야기와 죽은혼에는 다소 미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주의의 대가와 표현에 제약이 있는 희곡이라는 장르는 애시당초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작품이 대부분의 희곡들보다 퀄리티가 높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단독 작품이라면 아마 별점 4점을 부여하지 않았을까 싶은 수작.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