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동의 다섯가지 미스터리
후저어써 2022/01/0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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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동동의 비밀
- 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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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0) - 2020-07-31
: 1,174
연동동의 다섯가지 미스터리
1. 제목의 비밀은?
연동동은 사람인 줄 알았다. 비밀을 사람이 주로 간직하는 것이 현대의 이야기들이니까. 호리병이나 램프, 보검 등 비밀의 물건은 옛 이야기의 소재다. 요즘 아이들에게 신비한 물건은 거의 없다. 스마트폰이나 게임기만큼 신기한 게 없으니 당연하다. 그것을 통해 아이들이 신기한 사람을 보고 괴이한 사건을 체험한다. 소리도 없고 움직임도 없으면서 움직이게 하지고 못하는 책이 아이들을 만나려면 입소문이나 마법의 교육이 필요하다. 입소문 내기 좋은 게 사람이고 마법사나 마녀가 그나마 호기심을 갖게 한다. 그래서 연동동은 <알사탕>의 주인공 동동이처럼 마법사탕을 먹거나 퇴마사의 능력을 모른 채 떠돌던 떠꺼머리 총각이어야 한다.
2. 연동동의 뜻은?
근데 연동동은 그게 아니다. 겨우 할머니가 사시는 동네 마포구 연동동이고 아빠의 고향집이 있는, 서울에 흔한 다세대주택들과 빌라촌이다. 그곳에 아빠는 없고 엄마는 미국으로 갔는데 우정효는 여기를 자기 삶의 터전으로 선택했다. 이런다고 호기심이 작동하진 않는다. 첫 날밤부터 사건을 만나야 한다. 사건은 독자를 붙잡아서 이야기에 귀기울이게 하고, 아이들을 붙잡아서 권태롭고 답답한 일상의 원인을 '약자 괴롭히기'에 몰두하지 않도록 잡아끈다. 바로 네가 사는 세상, 너의 동네, 너의 이웃에게 관심을 두라고. 과연, 텔레비젼 뉴스에나 나올 법한 사건이 정효의 주변에서 연이어 벌어지니 아이들이 모이고 친구가 생긴다. 할머니의 오랜 벗들도 이어진다. 그래서 연동동이다. 인연이 살아나고 인연이 이어지는 동네.
3. 정효가 원인이다?
말이 안되는 말이지만 이 모든 원인은 정효에게 있다. 이 요란하지도 않고 용맹하지도 괴상하지도 않은 평범한 주인공의 응시와 관심과 발길과 응답이 원인이다. 바라보지 않았으면 목격하지 못하고 신경쓰지 않았다면 깨닫지 못하고, 발길 돌리지 않았기에 길이 열렸으며 응답하거나 응답을 요구하였기에 새로운 인연에 닿았다. 그런데 알고보면 이웃들 모두 그렇게 하고 싶어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응답해주고 대답해 주고, 문이 열리고 길을 찾았으며, 발견되고 연결되었다. 같은 공간- 굳이 연동동이 아니어도-에 살고 있으므로 무엇으론가 연결되어 있다. 그 끈은 시간 같다. 아니면 공기일수 있다. 둘 다 보이지 않는 것이지만 보이게 하고 그 진동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어떤 튕김이다. 닿음이다. 정효는, 정효 주변에는 자꾸 튕김=연주가 있고 진동이 와서 닿는다. 아니 그것을 감지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진동이 연동되어 커진다.
4. 감지가 연주를 부른다고?
이런 사람들의 행태를 오지랖이 넓다고 하고 남의 말 쉽게 전하는 푼수나 수다쟁이로 가벼이 여긴다. 아이들은 장난스레 접근하여 악의적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형사는 범죄적으로 묻고 파헤치는 직업이다. 기자는 공적 또는 상업적으로 알아내고 퍼뜨린다. 중개소는 듣고픈 이와 말하고픈 이를 중개한다. 방송과 언론은 그러고보니 중개소다. 어떤 이에겐 스스로 찾아와 하소연하고 도움을 요청한다. 그저 듣기만 해달라는 이도 있다. 담아두기만 하다가 병이 되어 약을 찾거나 끔찍한 출구를 찾아드는 경우도 있다. 가족, 친구, 제자, 내담자, 환자 그리고 그들의 상대역이 있다. 가까이에서 소통되지 못하여 먼 상대가 원활할 수도 있고 바람직할 수도 있다. 이렇게 다리가 놓여서 어떤 감정과 이야기가 오갈수 있다면 다행스럽다. 그러므로 듣는 이가 말하게 한다는 진실이 모순되지 않는다. 감지가 연주와 연동한다.
5. 자전거는 자전하지 않는다?
목 마른 이가 우물을 파듯 배고픈 아이가 젖을 찾아 운다. 울음은 아이에게만 허락된 것이 아닌데 울음이 터지기까지는 모두 삼키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터뜨리는 건지도, 분노, 욕, 괴롭힘, 폭식, 폭음, 폭력, 중독, 침묵. 아주 건전한 방식으로 운동, 연애, 주식, 노동, 승진과 출세 등등. 아기의 울음 이외엔 모두 솔직하지 못하고 (자의든 타의든) 왜곡이 있으며 은폐와 가장을 사회에서 훈련받은 대로 실행하고 있다. 타인을 향한 폭력은 처벌로 금지하지만 자신을 향한 폭력은 팔루스로서 조장된다. 처벌은 쉽지만 처벌할 수 없는 미움과 분노와 원망은 무의식 층위에 쌓여있다가 가끔씩 부유한다. 희석되기도 하지만 썩기도 한다. 창고 속에서 버려지지 못하는 것들은 때로 햇빛속에서 먼지 닦이고 제대로 바라보아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모양과 색깔과 의미는 새로 해석해야 하는 것이다. 이름과 달리 자전거는 자전하지 않으며 도둑이 될지언정 사람들은 자전거를 돌린다. 아이들도 참기 어렵다. 꺼내 놓기만 하면 돌아가는 자전거니까 자전거 맞다. 그러므로 비밀을 떠벌리기 좋아하는 직업에 이현 같은 소설가도 포함해야 한다. 그녀의 자전거가 멀리 돌아 내 입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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