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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작하는 소설
  • 윤성희 외
  • 15,300원 (10%850)
  • 2024-11-08
  • : 2,222



창비의 테마 소설 시리즈로 만나는 이번 소설은 <시작하는 소설>입니다. 이 단편 소설들을 읽기 전엔 어수선하고 종잡을 수 없는 마음이었으나 그 와중에도 빠져들 수 있었던 글이었어요. 인생에서 어떤 일의 성과나 결과, 판단과 평가 없이 그저 시작을 말하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에 스며들더라고요. ​

윤성희, 장류진, 조경란, 정소현, 박형서, 백수린​
이미 필력이 검증된 분들의 소설이라서일까? 시작하는 소설이라서일까?​

작가의 소설 속 인물을 통해 익숙했던 무언가를 찾을 수 있습니다. 분명 내 삶과는 다르지만 어쩐지 다 공감이 돼는 절망도 있습니다. 우리에게 있었던 작은 전환점을 떠올리며 '생기'를 만나는 은밀한 즐거움이었습니다. 왜 은밀한가? 이 변곡점을 제일 먼저 알아채는 사람은 누구도 아닌 자신이면서도 정작 자신은 그 변화를 알아채지 못하며 살기도 하기 때문이에요. 나 자신을 알아챌 시간도 없이 떠밀리듯 살면서 뭔가 답답하시다면 이 소설집 추천드려요. 모든 끝이 시작일지 모릅니다.


마음이 달라지고 새로운 선택이 가능해지는 순간은 모두 새로운 시작점일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많은 기회가 열려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출퇴근, 등하교 할 때도 늘 가던 길에서 매번 지나치는 사람에게 오늘은 말을 걸어 본다는 것, 늘 지나치던 가게를 들어가 보는 것, 오래전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다는 것 등 수없이 많은 작은 것들이 우리를 달라지게 해요.


연말이고 새해를 앞두고 있어서일까?
모두 한마음으로 출발선에 서있기 때문일까?
지금 읽기 참 좋은 소설입니다. 📚 ​

독일어 '시작하다'에는 '시작'과 '붙잡다'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시작하다'와 '붙잡다'라는 뜻이 함께 사용된다고 한다. 마음을 붙잡고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행한다. 예기치 못한 일, 돌연한 출발, 변화, 변신 그런 말들이 실은 시작을 품고 있다는 걸 느끼며 첫 시작부터 좋았습니다.​


이번 단편 소설집은 다양한 시작점을 포착하고 있습니다. 첫 출근의 기억, 가출이라는 일탈의 경험으로부터 한 단계 성장해가는 고등학생, 인생의 끝자락에서 어느 때보다 순수한 시작과 생동을 느끼는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그 모두가 나와는 다른 상황이면서도 나의 어느 때인 듯 합니다.


시작이란, 나이와 경험과 상관없이 늘 우리를 이끄는 별빛 같은 것이라는 느낍니다. 우리의 지난 시간들과 앞으로의 날들, 또 매일의 시작을 가능하게 하는 이야기들을 만나서 환기가 되었어요.

p 138
분단위 초단위로 용기를 쥐어짜며 삶을 버티는 것과 한번의 용기로 모든 것을 끝내버리는 것을 등가로 놓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왜 그런 슬픈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 정소현- 어제의 일들 중에서)



p 156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복잡했던 날들을 생각했다. 차마 다 기억할 수도, 돌이킬 수도 없는 그것들은 명백히 지나가 버렸고, 기세등등한 위력을 잃은 지 오래다. 살아 있어 다행이다. 다행이라 말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다.

( 정소현- 어제의 일들 중에서)


p 162
그녀가 연습하지 못한 것은 어딘가에 잘 도착하는 일이었다. 인생은 보통 우리의 장점이 아니라 약점에 따라 결정되는 모양이다. (박형서- 실뜨기놀이 중에서)


( 이번에 박형서 작가를 <실뜨기놀이>로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굉장히 끌리는 면이 있어서 이어 만나보고 싶은 글이었습니다. 딜라이 라마의 현신, 윤회와 카르마에 대한 이야기, 가난한 부모의 사랑까지 실뜨기놀이로 치환하셨는데 쓰신 글의 깊이를 다 읽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을 정도였어요. )

상상 가능했던 희망마저 깨어지는 날도 있다는 알게 되는 날들입니다. 기대했기에 더 깊은 상실감과 허무를 겪게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영영 끝날 것 같지 않은 두려움과 불안에 휩싸이다보면 삶이 힘듭니다.



때론 아무도 그때의 심정을 알아주지 못하는 일들이 있어요. 말로 설명할 수도 없어서 나눌 수도 없고 기억에서 지울 수도 없는 일. 그런게 가슴에 있다면 아프겠죠. 누구에게도 위로받거나 이해받을 수도 없는 일이 있어요.

이렇게 끝인가 할 때, 바로 그때 우리가 이전에는 알지 못하던 거대한 힘을 느끼는데요. 그렇게 각자의 방식으로 마음을 붙잡는 순간이 있다는 건 기적 같기도 합니다.

그렇게 다시, 시작을 알리는 일들이 우릴 찾아옵니다.



<시작하는 소설>을 통해 소소하지만 결코 작지않은 많은 시작을 상상해 보세요~~



오늘 시작한 것이 뭐가 있을까...

오늘 시작한 책
오늘 시작한 시 한편
오늘 시작한 친절
오늘 시작한 다이어리
오늘 시작한 첫인사
오늘 시작한 이별
오늘 시작한 첫 걸음...

( 출판사 창비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지원 받아 감사히 읽고 솔직히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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