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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의 엄마
  • 스즈키 루리카
  • 12,600원 (10%700)
  • 2021-01-15
  • : 637


어디부터 얘길 해야 좋을지 들떠서 마음이 복잡하다. 전작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을 읽지 않았다해도 충분한 이 소설 <엄마의 엄마> 이지만, 전작을 읽은 다음에 읽게 되는 감동은 그래도 폭이 더 깊다.

나는 알고 있다. 주인공 다나카 하나미에게 가난이 무엇인지, 엄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말이다.

내가 그렇게 놔둘것 같아?

엄마의 적은 나의 적이야!

엄마의 엄마 p 74

그래서 이 문장이 내게 더 파고 들었었다.

딸들에게 엄마의 적은 당연히 적이다. 그 심정이 무엇인지 나도 잘 안다.

저자가 보여주는 엄마에 대한 감성과 가난에 관한 표현들이 너무나 우리의 모든 것들을 잘 보여주고 있어서 근래에 읽은 어떤 책보다 나를 요동치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 장면들을 꺼내고 싶다.

이제 갓 중학생이 되는 하나미

교복이 비싸다고 놀라는 엄마는 수소문 해서 옆 학교의 교복을 얻어와서 비슷하다고 행복해 한다

나 같으면 사랑할 수 없는 엄마지만 하나미에겐 사랑의 시작과 끝인 엄마다.

중학교 생활을 시작하는 이 시점에 나만 마이너스에서 시작한다는 기분이 자꾸 들었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결국 새 교복을 제대로 마련해주었다.

이럴 거면 처음 부터 군말 없이 사주면 좋을 텐데. 우리 집은 꼭 이렇게 한바탕 소동이 없으면 안 되나 보다.

하긴 교복을 손에 넣었을 때의 감사와 기쁨은 불어난다. 빳빳한 새 교복을 보며 나는 감동 했다. "다행이다. 제대로 된 교복이어서."

뭐든지 쉽게 손에 넣는 갑부는 이 기분을 모르리라.

"이 제4중학교의 교복도 일단 보관해두자,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잖아.”

엄마는 질리지도 않고 그런 소리를 했다.

엄마의 엄마 p14

중학생이 되고 처음 사귄 친구 사치코의 초대로 잘사는 친구 집에 가게 된 주인공 하나미

조금 긴장하며 들어갔다.

"괜찮아, 지금 나 혼자 있거든."

사치코가 슬리퍼를 내주며 말했다.

“어, 그래?”

슬리퍼에는 나도 잘 아는 유명 고급 브랜드의 마크가 달려 있었다. 아마 우리 집의 그 어떤 신발보다 비싸겠지. 아니다, 집에 있는 신발 전부를 합쳐도 못 이긴다. 애초에 우리 집엔 화장실 말고는 슬리퍼가 없다. 슬리퍼를 신고 걸을 복도나 마루도 없다.

꼬리를 무는 이 문장이 이어지는 만큼 가슴이 아리기도 했고, 처음 우리집과 친구집이 비교되던 그 언저리의 나의 기억들이 쏟아진다. 사춘기의 시작은 그렇게 다름을 인정하는 데에서 출발하는 듯 했다.​

전작에서 더 많이 표현되는 가난은 아팠지만 식료품점에서 할인가에 사오는 음식이 모녀를 얼마나 행복하게 만들었는지 알고 있기에 나는 마음이 아리는 동시에 늘 미소짓고 있다.​

하나미 친구 사치코​

하나미는 좋은집, 좋은 가족에게서 진짜 가족이 아니라는 소외를 겪는 친구 사치코의 아픔을 본다. '가족끼리' 라는 말에 끼지 못하는 아픔을 가진 친구.

엄마와 대화를 나누며, 여기가 내가 머물 곳이라고 새삼스레 생각했다. 여태 그런 의식조차 없이 살았다.

자기 집인데 내가 편히 머무를 곳이 없다니,

그렇게 큰 집인데. 비좁은 셋 집이라도 여기에는 분명히 내가 머무를 곳이 있다.

그러다 엄마의 엄마가 등장하며 가난해도 밝고 행복했던 하나미의 집에 드리워지는 불안과 어두운 기운은 엄마를 고통스럽게 하는 만큼 하나미를 힘들게 하는 그림자였다.

엄마, 진짜야? 저런 여자가

정말로 엄마의 엄마란 말야?

‘엄마’라는 말의 무거움을 견디지 못하고 오래전 딸을 버린 여자는 엄마의 엄마였고, 그 여자에게 학대당하다 끝내 버려진 아이는 엄마였다. 하나미의 엄마가 찢어지게 가난함에도 불구하고 매달 돈을 보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고, 하나미의 입학준비로 돈이 모자르게 된 최근에 보내지 않은 돈을 독촉하고 받아가려고 나타난 것이 엄마의 엄마였다.

(소설의 내용은 이렇게 서두만 밝히려 한다.)​

아~~그래서 천재 소리를 듣는구나. 저자의 나이를 짐작하지 못할 글이다. 곁가지 없고, 깊고, 진득한 글엔 옮기고 싶은 문장과 특히 탁월한 시선들이 가득해서 이후로도 머릿속에 가득하다. ​

책은 다른 제목으로 세 편의 소설이 엮여 있지만, 사실 하나로 이어져 있다. 전작보다 더 성숙한 중학생이 된 다카시 하나미의 확장된 인간관계를 보게 되는 동시에 가족을 떠올리게 더고 한 인간으로 성숙해가는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역시나 반가운 이름 겐토 ​

하나미가 유치원 가방을 메기도 전부터 학교도 가지 않는 백수 외톨이 생활을 해오는 겐토는 하나미보다 나이가 훨씬 많지만 하나미가 챙기고 싶은 소울메이트다.

그리고 숨은 겐토의 이야기를 마주하게 된다.

잃어버린 가방에는 중요한게 없었어요. 오히려 필요 없는 것들 뿐이었으니까요... 모르는 사이에 자질구레한 쓰레기가 바닥에 잔뜩이지요. 그 양은 가방을 사용한 연수와 비례합니다.

겐토의 방치된 감정의 묵은 잔재들인 듯 했다. 오래된 만큼 깊은 감정~

어떤 이유와 결핍으로 인해서 학교도 자퇴하고 가족에게서도 내던져지듯 따로 나와 살게 된 겐토는, 주인공 하나미를 걱정하는 나같은 독자에겐 참 고마운 인물이기에 다시 만나 반가웠다.

다나카 하나미를 사랑한 첫 사랑? 신야

전작에도 등장하는 신야가 나는 참 궁금했었다.

가족이지만 이렇게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다니

슬퍼서 가슴이 답답했다

가족에게서 쫓겨나듯 기숙사 학교로 가게된 신야는 학교 선배의 모습을 동경하다가 신부가 되겠다는 소명을 가지게 된다. 그렇게 자신의 모든 것을 신부가 되기 위한 과정 속에 둔다. 그리고 방학 동안 잠시 가족을 찾은 신야는 하나미를 다시 마주한다.

다나카와 함께라면 시시한 것까지 더 없이 즐거워진다. 지극히 평범한 거리에도 가슴이 뛴다.

신이시여 헬프p195

반가운 이름 기도 선생님

영문도 모른 채 사라진 형을 십여 년 간 애타게 찾아온 사람이 있다. 그가 바로 줄곧 주인공의 정신적 멘토셨던 기도 선생님의 이야기라는 것에서 소름이 느껴졌다.

소설의 구성이 ~~ 감탄스럽다.

사춘기의 청소년에게, 혹은 어른이 된 지금도 존재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꼭 필요하지만 잘 만날 수 없는 인물이기도한 기도선생님은, 내게도 꼭 있었으면 하는 그런 존재인데, 그의 뒷 얘기도 아련하다.

그랬구나. 형은 다른 세계로 날아간 것이 아니라

자기 세계를 찾은 것이다.

자신이 바라던 세계로 갔다.

스스로 다시 태어나서

오 마이 브라더 p243

하나미에게 기도선생님이 특별하듯이 기도선생님에게도 하나미는 특별했다.

줄곧 어딘가 이상한 구석이 있는 사람으로만

취급 되었지만 누군가에겐 특별하다.

그래, 다음에 다나카를 만나면 말해줘야겠다.

패러렐 월드는 존재합니다. 그곳의 시간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 분명히 있답니다.

다시 태어날 수도 있어요.

내세를 기다리지 않고도 다시 태어날 수 있어요..

그 아이라면 틀림없이 이해해줄 것이다.​

잠들지 않는 거리에도 해가 뜨고 해가 진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다나카 양, 선생님은 굉장히 기분이 좋아요. 하지만 왜 이럴까요. 아까부터 저 불그스름한 하늘이 번져 보이네요.

자꾸만 자꾸만 눈물이 넘쳐서 선생님은 눈물이 이렇게 뜨거운 줄 미처 몰랐네요...

이 책을 읽고 어느 꼭지점들을 끌어와 보았지만 전달이 될지 의문이다.

‘정상 가족’의 여백에 존재하며 각자의 상처를 안고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어떤 상처는 결코 극복되지 않는 채 ‘잔잔한 아픔’으로 존재하기도 한다.

아~ 이 소설을 이렇게 표현하는구나~~

나는 부모와 자식이라면 사이가 좋으면 좋겠고, 부모와 자식이라면 언젠가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싶고, 그렇게 믿고 싶다. 이 마음을 겐토에게 말하지는 않았다.

p 108

주인공 하나미가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일까 ~

하나미 엄마의 말

'엄마'는 참 대단하고 좋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나는 그런 존재가 되지 못한다고 생각했고, 누군가의 엄마라니 절대로 안되지. 나는 한심한 인간이니까.

하나가 '엄마'라고 불러줄 때마다

나는 엄마가 됐어.

엄마가 될 수 있었어.

하나야 나를 엄마로 만들어줘서 고마워.

내가 <엄마의 엄마>를 너무 좋아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설속에 아픔이 많지만 결코 어둡지 않다. 하나미의 엄마가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보고 나니, 가슴이 너무 아팠고, 하나미도 엄마도 더 사랑할 수 밖에 없었다.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 박아 진심으로 읽고 쓴 리ㅂ

내가 그렇게 놔둘것 같아?

엄마의 적은 나의 적이야!
- P74
슬리퍼에는 나도 잘 아는 유명 고급 브랜드의 마크가 달려 있었다. 아마 우리 집의 그 어떤 신발보다 비싸겠지. 아니다, 집에 있는 신발 전부를 합쳐도 못 이긴다. 애초에 우리 집엔 화장실 말고는 슬리퍼가 없다. 슬리퍼를 신고 걸을 복도나 마루도 없다.- P24
잃어버린 가방에는 중요한게 없었어요. 오히려 필요 없는 것들 뿐이었으니까요... 모르는 사이에 자질구레한 쓰레기가 바닥에 잔뜩이지요. 그 양은 가방을 사용한 연수와 비례합니다.- P79
엄마와 대화를 나누며, 여기가 내가 머물 곳이라고 새삼스레 생각했다. 여태 그런 의식조차 없이 살았다.
자기 집인데 내가 편히 머무를 곳이 없다니, 그렇게 큰 집인데. 비좁은 셋 집이라도 여기에는 분명히 내가 머무를 곳이 있다.- P41
그랬구나. 형은 다른 세계로 날아간 것이 아니라 자기 세계를 찾은 것이다. 자신이 바라던 세계로 갔다. 스스로 다시 태어나서-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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