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K-문학 등 전 세계에서 우리 것이 각광받고 있는 이때에 눈길을 끄는 책표지다.
요새 우리나라 전통 복식 중에서도 갓이 유행이라고 하던가?
이렇게 힙하게 한국적 정체성을 표현한 것이 멋지다. 자연스럽게 소설도 기대하게 된다.
한국 소설에서 내시를 전면에 내세운 적이 있나 싶다.
소설뿐만 아니라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내시는 약간 감초 역할...
그마저도 신체적 특성으로 희화화되거나, 뭔가 약삭빠르고 비열한 이미지도 많이 가져갔던 듯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내시에 대한 인상이 많이 달라졌다.
내시는 궁궐의 최고권력자를 보좌하는 사람, 당연히 최정예 공무원이었을 텐데 왜 그렇게 인정받지 못했을까?
이 소설의 주인공 반석호는 개에게 물려 후천적으로 고자가 된 다음 내시 집안에 양자로 들어간다.
일등내시가 되어 왕(고종)을 보필하는 것이 반석호의 꿈.
라이벌인 양대방과 공부로 겨루는 등 우여곡절 끝에 반석호가 만난 왕은 너무 어린, 자기 또래 남자아이였다.
두 남자아이는 철저한 위계질서 안에서도 가능한 만큼 마음을 나누고,
반석호는 왕에게 충심과는 다른 '특별한 마음'을 품은 채 일하게 되는데...
슬픈 건 지난 역사는 이미 결말이 지어져 있다는 것이다.
고종과 조선이 어떤 운명을 맞는지 알기에 반석호의 마음을 따라 읽어나가며 슬픔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고종의 최측근인 내시의 시선으로 바라본,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은 고종의 모습과 스러져가는 조선의 마지막 풍경이 고즈넉하니 마음을 가라앉힌다.
웃음과 사랑과 눈물이 어룽진 아름다운 역사소설을 읽고 싶은 분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