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줬으면 그만이지
아라 2025/01/26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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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줬으면 그만이지
- 김주완
- 18,000원 (10%↓
1,000) - 2023-01-01
: 6,994
김장하 선생에 대한 언급을 많이 접하여 늘 궁금했는데 문프 추천을 계기로 읽게 되었다. 그야말로 “취재기”라, 문학적 아름다움이나 전기와 같은 세밀함은 없다. 평생 이분이 얼마나 후원과 기부를 많이 하며 살았는지를 주로 다룬다.
이런 분을 보면 대단하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부인과 자식들은 뭔가 생각이 든다. 살아 기부를 많이 할 수는 있으나,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늙어 죽음을 생각할 때가 되자 냉큼 국가나 대학에 거의 전 재산을 다 기증하는 사람은 사람 역사에서 손에 꼽을 정도 아닐까. 대단하기도 하지만 자식이나 배우자 입장에서 바라보면 원망이나 서운함이 더 클 것 같다. 결국 자식들이 본인의 유지를 잘 받들지 못할 거라고 믿은 것 아닌가.
이분이 이렇게 돈을 많이 벌어 기부 등 좋은 일을 많이 하고 가신 데에 부인의 공로를 무시할 수 없을텐데 저런 기부나 증여의 과정에 부인의 의사가 얼마나 반영되었는지 궁금하다. 거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 거라고 짐작한다. 사실이라면 끔찍한 일이다, 부인을 인생 동반자가 아니라 단순 조력자로만 여긴 것 아닌가.
주변에 도움 받은 사람들이 넘쳐나고 고마움을 표시하지만 이분이 어려움에 빠지거나 급한 도움 요청을 거절하거나 아니면 예를 들어 수십년간 동결한 임대료를 올리겠다고 한다거나 했으면 그 사람들이 그동안 도움 받은 것을 감안하여 묵묵히 수긍했을까. 안면 바꾸고 쟁송까지 불사했을 사람이 더 많았을 것 같은데. 그래도 그동안 꾸준히 도움을 줄 수 있는 입장이나 지위를 유지했으니 이런 평가도 유지되고 있었던 것 아닌가. 이분이 사람에 대한 애정을 꾸준히 유지하는 게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주변 사람들 관점에서는 이런 “호구”가 없다 싶었을 수도 있겠다. 이러저러한 일을 하겠다고 현금을 받아간 사람들이 전부 그 돈을 그 일에만 사용했을까 의심도 들고. 본인도 그런 의심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을텐데 그저 “줬으면 그만이지” 정신으로 마음을 내려놓았다는 부분이 넘 신기하다. 사실 정말 대단한 건 그 부분이다. 사람에 대한 애정과 기대를 계속 유지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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