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제작 '닷다의 목격'과 '그래도 될까', '국경의 시장'이 좋았다.
'사과 반쪽'은 정말 좋은 소재와 주제였는데 초단편으로 압축해 빠르게 치고 빠졌으면 더 좋았겠다. 진행되는 동안 '반전'은 눈치 챘는데 그 순간 딱 끝났다면 일갈의 묘미와 여운이 컸겠다. 후반이 늘어지면서 신선함이 반감되었다.
그 외의 아쉬운 점들이라면
1. 표지만 보고 어린이 동화집인 줄 알았다.
2. '제물'도 좋은 이야기였는데 가장 중요한 대목을 상황과 사건이 아닌 '서술'로 정리해 버렸다는 점, 즉 작가가 전하고 싶은 핵심을 너무 날것으로, 서술자의 목소리로 드러냈다는 것이다.
(54쪽) 아무도 여자들이 돌아오길 바라지 않는다. 괴물은 없다고 말해 봐야 그들은 믿지 않을 것이다. (중략) 오랫동안 유지해 온 관습과 사회가 무너지는 것이, 그들은 두렵다.
이것을 행간과 사건 사이에 숨김으로써 독자가 발견하게 했어야 했다.
3. '튤리파의 도서관'은 아름다운 이야기였지만 설정에 무리가 많아서 몰입에 방해를 받았다.
(1) 우리 태양계도 아니고 우리 은하를 벗어난다는 설정. 우리 은하의 지름은 작게 잡아도 10만 광년. 우리 태양계는 중심부에서 대략 2.6만 광년 떨어져 있으므로 최단 거리로 우리 은하를 벗어나려면 최소 2.4만 광년을 가로질러야 한다. 빛의 속도로 2만 4천 년 동안 이동해야 한다는 뜻. 우리 은하 안을 샅샅이 뒤져도 인간이 살 만한 행성이 없었다는 설정, 그리고 웜홀이 발견되기 전인데 8년 만에 지구에서 우리 은하 밖의 T9으로 이동한다는 설정은 너무 큰 무리였다.
(2) 별은 항성을 뜻한다.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고온의 천체에서 생명체가 살 수 없다. 그런데도 화자가 거주하는 천체 T9을 계속 별이라 칭하고 있다. 주변의 가장 큰 행성 튤리파 부근애서 발견된 T1, T2... T9 들은 별이 아닌, 튤리파의 위성이거나 적어도 튤리파와 같은 항성계에 속한 행성이라고 했어야 한다.
(3) 이 이야기가 지구 밖에서도 지구인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그린 점은 좋았지만 굳이 물리 법칙을 깨는 설정까지 넣을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여전히 미지의 대상임에도 픽션에 너무 많이 등장한 화성이 식상하다면 우리 태양계 내의 적당한 위성 정도로만 설정했어도, 아니면 우리 태양계를 벗어난 또 다른 항성계의 행성으로만 설정했어도 충분할 것이다. 우리 은하를 벗어난다고 해서 그 아득함과 상상력이 비례하는 것이 아니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