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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ings 서재
어떤 비유나 은유없이 정확한 시점, 사건명과 실명으로
명징한 울림을 준다.

툴을 쥔 인간은 툴의 방식으로 말하고 생각한다.
상식의 세계, 묵자의 플랫폼에서 제외되는 이들. 보는 이는 보지 못하는 이들을 보지 못한다. 고려되지 않는다.(275쪽)


소설은 툴을 쥐지 못한 사람들, 너무 당연해서 말할 필요가 없는 것들과 그 범주에서 소외 된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d>의 초반과 후반이 미치도록 좋았고 여소녀와 세운상가의 역사, 도시재생에 관한 내용들이 인상적이었다. 자신보다 열살이나 어린데도 다섯살은 더 연장자처럼 보이는 시장 얘기는 진지하게 읽다가 터짐. 하지만 dd의 유품에서 레볼루션을 읽고 박조배를 만나 광장으로 가게 되는 전개는.. 뭐랄까..맛있는 딸기우유에 생딸기가 섞이지 않고 통째로 들어있는 느낌(!?) _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는 곱씹을 문장들이 많다. 인용된 책들도 다 읽고 싶다. 읽는 내내 <명실>이 떠올랐다. 화자가 쓰고 싶어했던 누구도 죽지 않는 소설은 실리를 기억하는 명실이 쓰고 있을 것이다. 어렴풋이 닿아 있는 부분들이 특히 좋았다. 그러면서도 배제되는 여성, 성소수자와 여성혐오, 사회 정치적 배경을 다 안고 간다. 이 소설 마지막 문장,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는 오랫동안 들여다 보며 전율했다. 구구절절 너무 당연해서 말할 필요가 없는,


다르지만 너무도 같은 두 소설이다.
_
“이봐, 나 알지?”
“나 너 알아.” _
두 소설 속 인물들의 관계는 저 대사로부터 시작된다.

“더 가볼까?”
이 공통의 대사는 두 소설 속 인물들을 세월호 1주기 추모 행사가 열리는 광장으로 오게 한다.

어쩌면 나 역시 한 번쯤은 그들을 광장에서 마주쳤을지도 모를 일이다. 얼굴은 알지 못하나 어째서인지 그들을 알 것 같기도 하다.
광장의 진공과 오디오 진공관에서 d가 느낀 공명, 서수경의 낭독에 공명하는 화자, 그리고 이 두 소설의 맞울림에 공명하는 나.

하찮지만 뜨거운 것, 그들, 우리, 나.
하찮지만 어쨌든 오늘이 가고 내일이 오는 삶을 살아내는 것. 절망도 희망도 없이. 디디의 우산같은 우산 있으면 좋겠다. 행복해지자고 생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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