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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보님의 서재

내 경우에는 길을 걷는 동안 누리게 되는 영적인 순간이 바로 그 보상이었다. 길을 잃은 순례자 앞에 성모 마리아가 나타나 노란 화살표를보여준다든가, 머릿속으로 갑자기 네 길을 가라는 신의 음성이 들려왔다든가 하는 식은 아니다. 그 경험은 보다 내밀하며 친근한 방식으로 찾아온다. 이른 아침 골짜기를 뒤덮은 짙은 안개가 만드는 풍경화 속에 홀로 서 있을 때, 1천 2백 미터의 고개를 넘다가 말들의 순한 눈동자와 마주칠 때, 황혼 녘 대성당종탑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질 때, 그런 순간에 나는 대지와만물에 깃든 신의 마음이라는 것을 느끼곤 했다. 말도 통하지 않는 이국의 순례자가 에너지바를 건네주고 지나갈 때, 추위에 곱은 손가락으로 뜨거운 카페콘레체가 담긴 잔을 쥘 때,
피곤한 다리를 끌며 들어선 알베르게의 자원봉사자가 다정한미소를 건넬 때, 그럴 때면 삶은 이미 넘치도록 충만해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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