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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라, 뭔가가 시작되는 그 순간까지
  • 도둑 신부 2
  • 마거릿 애트우드
  • 13,500원 (10%750)
  • 2023-10-20
  • : 1,365


『도둑 신부』​​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 이은선 (옮김) | 민음사 (펴냄)

희대의 악녀라고만 생각했다. 지니아의 모습을 보는 순간 말이다. 하지만 그 모습을 내가 바라는 모습이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여기 나오는 여자 주인공들 모두 지니아에 의해 고통받지만 동시에 그녀의 모습을 갈망하고 부러워한다. 처음에는 그러했다. 그러했기에 다가오는 지니아에게 곁을 내어준 것이겠지... 그녀의 아름다움, 즉 사악한 아름다움에 말이다.

악한 것, 퇴폐적인 것... 이런 것들은 왠지 모르게 강하다. 상처받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쿨한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그 칼날이 자신에게로 향하면 달라진다. 부럽거나 강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끔찍하거나 두려운 존재로 변한다.

여기 지니아는 인간이 아닌, 무언가 초월적인 악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녀의 출생이나 가정사 등등의 거의 묘사되지 않는다. 모를 존재, 신비 그 자체이지만 세 여주인공들을 통해 지니아의 모습은 너무도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외적으로뿐만 아니라 성격적인 면에서도 그러하다.

소설 [도둑 신부]는 원래 독일의 전래 동화 [도둑 신랑]에서 그 제목을 차용했다고 한다. 도둑 신랑에서는 사악한 도둑들이 가짜 신랑 행세를 하면서 신붓감인 처녀를 잡아먹는 설정인데 반해 애트우드가 창조한 [도둑 신부]에서 악, 즉 지니아의 존재는 오로지 세 명의 친구들에 붙어서 그녀들을 어떻게 하면 더 불행하고 고통을 줄까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

토니, 캐리스, 로즈에게 있어서 지니아의 존재는 자신들이 갈망하는 모습을 지닌 존재인 동시에 불행의 존재였다. 영혼까지 갉아먹는 바퀴벌레 같은 지니아... 그런 지니아가 그들에게 한 가장 긍정적인 일은 바로 본래의 모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줬다는 것이다. 각 세 명의 주인공들에게는 과거의 아픔이 있었다. 하지만 그 아픔을 딛고 나아가게 한 존재는 다름 아닌 지니아였다. 나름대로 이름을 바꾸면서까지 새로운 모습과 인생을 살려고 노력한 흔적들... 그 사이에는 지니아란 악녀가 존재했다.

결국 그래서 그들은 모였고, 스스로 지니아를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시작을 열었으면 끝도 지어야 한다. 토니가 느끼는 것처럼, 그녀들에게는 지니아를 기억할 책임이 있으며 끝을 맺어줄 책임 역시 있는 것이다.

아마도 그녀들은 죽기 직전까지 지니아를 기억할 것이다. 어쩌면 그녀들 사이에서 지니아는 불사신처럼 살아갈 것이다. 실체는 없지만 간간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일상 중에 느닷없이 말이다.

우리의 모습 속에서도 그런 존재가 있을까? 과연 애트우드가 말하고자 하는 지니아라는 존재, 그 의미는 무엇일까? 다시 한번 책을 덮으면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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