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신부』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 이은선 (옮김) | 민음사 (펴냄)
여중, 여고를 다닌 여학생들은 알 것이다. 남녀공학보다 오히려 여학생들로만 구성된 학교생활이 더 치열하고 더 남자 이야기를 많이 하고 더 외롭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이도 어쩌면 편견일지도 모른다. 누가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그런 말을 퍼트렸는지... 사실 알고 보면 그 말을 한 자는 남성이 시작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 그 모든 것을 깨는 한 여성이 등장한다. 바로 이 모든 것을 뒤엎어 버릴 자, 그런 캐릭터의 등장... 소설 [도둑 신부]에서 독자는 만날 수 있다. 바로 팜 파탈 같은 존재인 지니아라는 여인을. 그리고 지니아의 입속으로 모든 것들은 그냥 소리도 없이 빨려 들어가는 것을 말이다.
그날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돌아왔다. 토니, 로즈, 캐리스가 한 달에 한 번 하는 여성들만의 모임.. 거기에 오 년 전에 죽어 장례까지 치른 지니아가 온 것이다. 아니, 어떻게 죽었는데 다시 살아서 돌아올 수가 있는 것일까? 모두들 멘탈붕괴에 빠진다. 그러면서 과거, 미래, 현재, 옛 유년의 기억까지 넘나들면서 소설은 펼쳐진다.
지니아를 처음 만나서 알게 된 이는 토니였다. 냉철한 역사학자의 이미지를 지닌 토니는 애클렁 홀 기숙사에서 그녀를 알았다. 자신과 지니아의 공통점을 발견하면서 그녀에 대한 환상을 갖게 되었고 칭송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웨스트가 있었다. 토니와 웨스트 사이를 지나아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파고들었고 웨스트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귀찮은 장난감인 듯 웨스트를 떠났다. 그리고 지니아가 떠난 후 토니는 웨스트와 결혼을 한다. 모든 것은 이런 식이었다. 빌리와 캐리스 사이 역시 마찬가지이다. 빌리를 지니아는 또 다른 희생물로 여긴다. 빌리와 캐리스 사이에는 오거스트라는 자식도 있었다. 하지만 빌리는 아무런 제약 없이 모든 것을 지니아에게 맡겼다. 아니 그냥 구덩이 속으로 들어가듯이 빠졌다고 하는 편이 나으리라. 그리고 토니는 알았다. 빌리 역시 웨스트처럼 지나아의 또 다른 타깃이라는 것을 말이다. 한바탕 가지고 놀 새로운 장난감이라고.
역사학자인 토니, 온화한 성품으로 텃밭 가꾸기가 취미인 몽상가 캐리스, 그리고 당당한 사업가인 로즈... 이 세 명의 친구들은 지니아와 연관되어 있다. 그들이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그들은 그녀에게 당할 수가 없다. 모든 것을 망쳐놓는 지니아.
캐리스는 생각한다. 그녀는 바로 영혼의 진딧물 같은 존재라고 말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빨아먹는다. 그것도 한 번에 죽이지는 않고 천천히 시름시름 앓도록 만들면서 말이다.
[도둑 신부1]의 마무리는 캐리스의 다짐이다. 그녀는 빌리와의 일을 한 번쯤은 지니아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는 숨을 곳이 없다고도 느낀다. 정면으로 부딪혀야 한다. 어차피 지니아는 성서 열왕기하 속에 존재하는 이세벨의 운명이라고 여긴다. 과연 기묘함으로 설명될 수밖에는 지니아는 어떤 존재일까? 그리고 세 친구들의 운명은 어떻게 펼쳐지는 것일까?
이야기는 [도둑 신부 2]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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